이용규가 던진 파장, 자존심일까 오만일까
2019.03.20 18:25
수정 : 2019.03.20 18:25기사원문
연예인 정준영(30)과 승리(29)가 일으킨 흙탕물이 탁하다. 그들이 남긴 상처가 채 낫기도 전에 야구선수 이용규(34·한화)가 붉은 살 위에 소금을 뿌려댔다. 왜들 그러는지.
정준영은 카카오톡에 자신의 성관계 동영상을 올려놓았다.
이용규는 시즌 오픈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트레이드를 시켜 달라"고 한화 구단에 요구했다. 트레이드 요청은 범죄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정준영건과는 분명 구분된다. 하지만 팀이나 FA를 앞둔 동료들, 다수의 팬들에게 배신감을 안겨준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
사실 이 두 케이스는 무척 닮았다. 연예인과 야구스타는 인기인들이다. 스스로도 일반인, 즉 우리들과 구분하기를 즐긴다. 동영상 사건과 FA 계약 40일 만에 터진 트레이드 요청 건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그들의 삐뚤어진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용규는 2014년 한화와 4년 67억 원의 FA 계약을 맺었다. 70억 원에 독수리 유니폼을 입은 정근우와 함께 한화는 국가대표 '테이블 세터'를 모두 품에 안았다. 기대는 컸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2루수 정근우의 수비 위치가 외야로 이동되면서 이용규에게 불똥이 튀었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2019시즌을 앞두고 '중견수 정근우'라는 비상 처방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용규에게 변화가 생겼다. 1번 중견수에서 9번 좌익수로. 두 차례 아시안게임, 2008 베이징 올림픽 등 각종 국제대회서 10여 년 째 자신만의 자리를 지켜온 이용규에겐 충격이었다.
그렇더라도 이는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이용규 자신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그는 더 이상 전성기의 선수가 아니다. 감독은 선수보다 팀을 먼저 생각해야하고, 경우에 따라 한화의 먼 미래까지 내다봐야 한다.
이용규는 반발하며 독수리 둥지를 뛰쳐나가려 한다. 트레이드를 요청했지만 받아줄 구단은 없어 보인다. 그의 이탈로 향후 많은 예비 FA들이 피해를 볼 것이다. 가뜩이나 한화는 투자를 줄이고 있다. '9번 좌익수'를 받아들이지 못한 그의 오만은 간단치 않은 후 폭풍을 몰고 올 것이다.
정준영은 공권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미 비슷한 죄를 저지르고도 무사히 법망을 빠져 나왔다. 그들을 둘러싼 경찰이나 검찰의 그물망은 느슨했다. 승리가 속했던 소속사 시가 총액 수 천 억 원이 증발했다. 얼떨결에 우리도 피해자로 남았다. 국민연금이 YG 주식의 6.06%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승리는 '승츠비'로 불렸다. 승리와 위대한 개츠비의 합성어다. '승츠비'는 개츠비와 전혀 닮지 않았다. 그가 닮으려고 노력했을지는 모르지만. 개츠비는 여성을 한낱 전리품으로 여기지 않았다. 죄라면 한 여성을 너무 사랑했을 뿐.
제인 오스틴은 그녀의 소설 '오만과 편견'에서 "뛰어난 사람은 오만할 권리를 가졌다. 하지만 똑똑한 사람은 자신의 오만을 다스릴 줄 안다. 그에게서 오만은 자긍심이다"고 했다. 이용규와 승리가 남긴 상처가 얼마나 깊을지.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