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질문 '방패' 이낙연…톡 쏘는 '사이다' 답변에 김빠진 野

      2019.03.23 12:29   수정 : 2019.04.01 10:14기사원문
이낙연 국무총리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67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3.22/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67회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9.3.21/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공세엔 차분하게 '뼈있는 응수'…잘못엔 인정·쓴소리도
퇴임 장관들과 만찬…25일부터 5박6일간 몽골·중국 순방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지난 19일부터 나흘간 이어진 대정부질문에서 야당의 주요 공격 대상은 단연 이낙연 국무총리였다.



대정부질문에서 정부를 향해 공격할 절호의 기회를 두고 야당 의원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위해 칼날을 벼른다. 하지만 철옹성 이 총리 앞에서 칼날은 여실히 무너졌다.


이 총리는 정치·외교통일안보·경제·사회 등 국정 전 분야 현안의 핵심을 파악하고 논리적으로 받아쳐 내면서 '뚫리지 않는 방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정부의 잘못은 인정하며 쓴소리를 하고 때로는 재치있는 유머로 분위기를 좌우하며 대정부질문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여권 내 차기 대권주자로서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 총리는 대정부질문을 마무리한 후 SNS에 "나흘 동안 쉰 분 의원님의 말씀을 잘 들었다. 향후 국정에 고려하겠다"고 소회를 남겼다.

◇차분히 경청해 의도를 파악 후 논리적 허점으로 역공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19일 이어진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평양 시내를 카퍼레이드 하면서 탔던 차량 사진이 실린 것과 관련해 질문을 이어갔다.

전 의원은 이 총리로부터 원하는 답변을 얻지 못하자 "총리님의 모든 발언은 속기록으로 남는다"며 "지금처럼 하면 발언을 후대까지 국민들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총리는 "저도 알고 있다"라며 "의원 발언도 속기록에 남는다"고 받아쳤다.

또 전 의원이 "중요한 정국 현안과 국제사회 동향에 대한 언론 기사는 최소한 확인해야 한다. 기초가 안 된 것 같다"고 말하자 이 총리는 "의원님만큼은 못해도 균형있는 정보를 습득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이 총리는 다소 거친 질문에도 차분하게 이야기를 경청해 의도를 파악한 후 상대방을 존중하면서도 뼈있는 응수로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곽상도 한국당 의원이 문 대통령 사위의 취업 특혜 의혹을 제기하자 이 총리는 "위법이 아니라면 한 개인의 사생활은 보호돼야 한다"며 "말하는 분이 위법이란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방어했다. 명확한 증거 없이 의혹을 제기하는 상대방의 허점을 지적하면서 '사생활'로 방어해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은 전략이다.

이 총리는 '청와대가 왜 사실을 밝히지 않냐'는 곽 의원의 말에 "아마도 이렇게 설명해도 의원님을 비롯한 몇 분은 다른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여서 그렇지 않겠나"라고 뼈있는 답변을 남겼다.

◇잘못엔 가감없이 인정하고 쓴소리…유머로 분위기메이커

이 총리는 20일 진행된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문 대통령이 말레이시아 국빈방문 당시 인도네시아 말로 인사를 건네는 등 외교 결례를 범했다는 윤상현 한국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실무적인 실수였음을 인정하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직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적에 이 총리는 "자유인으로 산 기간이 긴 탓인지 절도를 넘는 언동이 있는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라고도 답했다.

이 총리는 중국어를 못 하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중대사로 내정된 것과 관련해 "전임대사도 못 했다"고 받아쳤다. 전 주중대사는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이 총리는 그러면서도 "중국은 말도 잘하면 더 좋지만 대통령의 의중을 잘 읽고 대통령과 얼마나 잘 통할까가 중요시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긴장감이 흐르는 대정부질문에서 이 총리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톡톡히 했다.

21일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총리께서는 10대 때 어떤 꿈을 꿨나"라고 묻자 이 총리가 "꿈이 왔다 갔다 했다"고 솔직하게 답변하자 본회의장은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지난 금요일 저녁에 제가 마리텔 생방송 하는데 총리님한테 전화해보래서 했더니 안 받아요. 국회의원 전화 잘 받아야 한다"한다고 말하자 이 총리는 "그때 다른 분들하고 막걸리 마시고 있었다"고 깜짝 고백했다.

이어 박 의원이 "제 체면을 완전히 구겼는데 그래도 그다음 날에 전화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자 이 총리는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해 현장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퇴임 장관과 송별 만찬…내일부터 몽골·중국 순방 '외교 일정'

이 총리는 대정부질문이 예정된 나흘간 다른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고 준비에 몰두했다. 다만 22일 서해수호의 날을 맞아 묘역을 참배하고 기념식에 참석했다.


대정부질문이 끝난 후 이 총리는 공관에서 퇴임 예정인 김부겸 행정안전부·김현미 국토교통부·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 등과 만찬을 가졌다.

이 총리는 23일과 24일 특별한 일정 없이 휴식을 취하고 25일부터 5박6일간 보아오포럼 계기 몽골·중국을 방문한다.
이 기간 취임 후 첫 리커창 중국 총리와 회담을 갖고 한반도 상황과 미세먼지 등 환경, 경제 분야를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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