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 SK케미칼 부사장, 증거인멸 정황 녹취파일 '구속' 결정적
2019.03.24 10:18
수정 : 2019.03.24 10:18기사원문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자료를 은폐한 혐의를 받아왔던 박철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 부사장이 구속까지 된 데에는 박 부사장의 지시사항 등이 담긴 녹취파일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확보한 녹취파일에 박 부사장이 증거인멸을 지시한 내용이 있다고 판단,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 입증자료로 제출한 것이다.
SK케미칼 측은 박 부사장이 당시 법원에서 해당 녹취파일 등을 두고 회사의 일반적인 보안 관련 규정을 준수하라는 내용이라고 소명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직원들 지시 이해하려 녹취 '덜미'
24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SK케미칼 등 압수수색 과정에서 법무팀 등 직원들이 휴대폰으로 녹음한 박 부사장 다수의 음성파일을 확보했다.
직원들이 평소 박 부사장의 말이 너무 빨라 지시사항 등을 알아듣지 못하자 여러 차례 그의 음성을 녹취했으며 녹취파일을 재생해 지시 취지를 파악하려다 검찰에 덜미를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녹취파일 분석 결과 박 부사장이 압수수색 전, 직원들에게 법무·회계 및 가습기 관련 자료들을 파쇄하라고 지시하는 등 증거인멸한 정황이 있다고 파악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부사장의 음성이 녹음된 녹취파일 등을 확보했다"며 "증거인멸 등 여러 관련 정황이 있었다"고 전했다.
검찰은 해당 녹취파일과 함께 유해성 실험 결과 자료도 영장실질심사 때 증거로 제출했다.
해당 파일과 함께 제출된 자료는 SK케미칼의 전신인 유공이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한 당시인 1994년 10~12월 진행한 유해성 실험 결과 자료다.
SK케미칼은 이영순 서울대 수의대 교수팀에 의뢰한 흡입독성 실험 결과 안전성이 확인돼 제품을 출시했다고 밝혔으나 언론·국회 등이 자료를 요구하자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며 은폐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해 왔다.
김철 SK케미칼 대표도 2016년 8월 열린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에서도 거듭 "문서를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나타난 검사 결과 역시 '가습기 메이트'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을 입증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보안관련 규정 준수 내용"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4일 영장실질심사를 열고 검찰이 제출한 증거자료 등을 검토한 뒤 박 부사장에 대해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SK케미칼 측은 박 부사장이 영장실질심사 때 최후진술을 통해 해당 녹취파일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녹취파일에 담긴) 당시 지시사항은 회사의 일반적인 보안관련 규정을 준수하라는 내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와 가족의 아픔에 회사도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일부 견해 차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조사 과정에서 성심껏 소명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구속된 박 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으로 퇴직, 2012년 SK그룹으로 옮겨 현재 SK디스커버리와 SK가스 윤리경영부문장을 역임하고 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