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 놓고 환경단체와 마을주민 충돌
2019.03.25 13:40
수정 : 2019.03.26 13:48기사원문
장마면 대봉리는 지난 2003년 태풍 ‘매미’의 내습으로 도로와 논밭이 침수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던 곳이다.
이에 창녕군은 대봉리 일원을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로 지정하고 오는 2021년까지 약 76원을 들여 낙동강 지류인 계성천에 제방을 쌓고 배수펌프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경남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의 반발로 지난 19일 공사가 전면 중단됐으며, 이로 인해 마을주민들과 환경단체 간 반목과 대립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경남환경운동연합은 25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창녕군의 재해지구 정비사업은 계성천과 연계된 ‘대봉 늪’의 홍수조절지로서의 기능과 생태적 가치를 무시한 일방적인 조치”라며 “대봉 늪 보전을 위한 모니터링과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보전대책부터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2년 창녕군이 대봉 늪에 늘어선 왕버들이 계성천의 물길을 막는다며 왕버들을 제거하려고 했다”며 대봉 늪 보전방안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또 창녕군과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제방축조공사가 포함된 계성천 하천기본계획 환경영향평가와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부실과 거짓으로 작성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창녕군의 소규모환경영향평가 거짓작성이 낙동강청의 부실검토를 불렀고, 부실검토가 환경영향평가 부실작성을 불러온 악순환의 고리로 인해 대봉 늪의 생태계 파괴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봉리 주민 120여명은 이날 전세 버스 편으로 경남도청으로 올라와 환경단체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환경단체의 주장이 모두 거짓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서선도 대봉마을 주민대표는 “환경단체는 4대강 사업 이후 더 이상 치수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해마다 논과 밭이 물에 잠기는 침수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마을 주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정확한 근거 없이 주장하는 대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환경단체가 주장하는 대봉 늪은 자연습지가 아니라 일제 강점기 때 계성천 제방공사를 위해 흙을 파낸 웅덩이에 불과하다”며 “마을에서 내려오는 오수 등으로 인해 가시연꽃이나 수달 등의 동·식물을 전혀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정비공사는 대봉리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으로 계성천 내 왕버들 군락지와는 반대쪽 제방에서 저수지 쪽으로 확장하는 것”이라며 “대봉리 주민들은 환경단체가 주장하는 마을 앞 도로를 높이는 것보다 기존 설계대로 공사를 진행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마을 주민들은 환경단체들이 사전에 단 한 번도 주민들의 의견수렴은커녕 소통조차 전혀 없다가 정비공사가 시작되고서야 나타난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낙동강 주변 생태계 보전이 우선이냐 아니면 마을주민들의 생존권이 우선이냐를 두고 해묵은 갈등이 재연될 조짐마저 보이면서 양측의 대립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ost@fnnews.com 오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