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 결혼을 위한 ‘부부재산계약’

      2019.03.28 17:15   수정 : 2019.03.28 19:23기사원문


최근 몇 년 동안 사회적으로 이혼이 급증해 변호사 업계에서도 이혼사건이 늘어나고, 더불어 이혼 등 가사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가 많이 늘기도 했다. 이혼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사유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당사자들이 결혼으로 인해 달라지는 삶의 모습을 간과하고 결혼을 했다가 결혼 이후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갈등이 생겨 이혼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인다.

민법 826조는 결혼을 하게 되면 배우자를 부양할 의무와 동거할 의무가 생긴다고 규정한다.

부부 상호 간에 협조할 의무와 성실한 부부생활을 할 의무도 발생한다. 재산 관계에 있어서도 원칙적으로 우리 민법은 부부별산제를 채택해 각자의 재산은 각자의 소유로 추정하지만 특유재산의 추정이 번복되면 부부 일방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공유재산으로 보는 경우도 흔하다.
일정한 범위에서는 일상가사대리권도 인정되며, 이로 인해 일방이 부담하는 채무에 대해선 부부가 제3자에게 연대책임을 지기도 한다.

결혼으로 인해 변하는 개인의 권리와 의무를 이 같은 법률에 근거해 설명하지 않더라도 결혼을 하게 되면 부부는 더 이상 혼자만의 삶을 살아갈 수 없고 부부공동체, 나아가 자녀를 포함한 가족공동체로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사람들 중에는 결혼으로 인해 변화되는 삶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결혼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는 '어쩌다 결혼'하는 부부들이라고 할 수 있다.

결혼 후의 바뀌는 삶과 결혼으로 인해 발생하는 의무나 책임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채 결혼했다가 이혼하는 부부들 사례를 접할 때마다 필자는 그들 부부에게 결혼 전 부부재산계약을 하도록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신성한 결혼에서 무슨 계약서를 작성하느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많을 수 있지만, 사실 부부재산계약은 1958년 민법 제정 당시부터 민법 829조에서 도입한 것으로 엄연한 '법적 제도'다.

우리나라 민법상 부부재산계약은 그 효력요건이 엄격하고 그 내용도 부부 쌍방의 재산관계, 즉 각자 재산의 관리, 수익방법, 혼인 후 취득하는 재산 및 부담하게 되는 채무 등에 대하여만 규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 밖에 상속권이나 신체·행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내용 등까지 규정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되고 있다.

가령 '혼인생활 중 외도를 하는 경우 재산분할권을 포기하거나, 10억원을 위자료로 지급한다'거나 '결혼 후 배우자가 사망하더라도 배우자 명의의 재산에 대한 상속권을 포기하기로 한다'고 하는 내용이 부부재산계약에 포함돼 있더라도 일신전속적 성격의 재산분할청구권이나 상속권을 사전에 포기하도록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현행법 해석상 그 계약 내용대로 효력은 인정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법률상 실제 효력 유무를 떠나서 결혼을 앞둔 부부가 재산 관계 외에도 행복한 결혼을 위해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에 관한 사항을 계약서나 서약서 형태로 작성하는 경우 당사자들은 결혼을 조금 더 진지하게 고민해볼 기회를 갖게 되지 않을까. 생각지도 못한 의무와 책임으로 너무 쉽게 이혼하는 부부가 많아진 세태 속에서 민법에 정식으로 규정돼 있는 부부재산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 '어쩌다 결혼'해서 너무 쉽게 이혼하는 부부들 수는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정재훈 법무법인 리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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