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금융' 매진하는 은행권...지속가능성은 의문

      2019.03.28 17:24   수정 : 2019.03.29 10:0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경식 기자]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물려 각 금융사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창업과 유망 벤처·중소기업들을 돕는 '혁신금융'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사적인 위원회를 출범시키거나 특화 조직을 꾸려 자체적인 기업 발굴과 평가, 실제 투자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선 혁신기업들의 성장 기회가 대폭 확대됐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지만, 일각에선 정부 주도 혁신금융 기조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들은 혁신금융 시스템에 기반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한 기술 평가와 투자 확대, 지원용 펀드 등 금융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5일 신한금융지주는 그룹 산하 14개 그룹사의 110여개 본부부서 임직원 약 2000여 명이 참여하는 '혁신금융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신한금융이 추진하는 혁신금융은 기업대출 체계 혁신, 혁신기업 투자 확대, 혁신성장 플랫폼 구축의 3대 핵심 방향으로 진행된다.

전사적인 차원에서 진행하는 신한금융과 달리 우리은행은 특화 조직을 중심으로 혁신금융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혁신성장금융팀'을 신설했다. 여기서 공모를 통해 혁신성장기업을 발굴하고, 실제 투자까지 이뤄진다. 4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은행 혁신성장센터에서는 내부 기술평가를 진행한다. 투자는 소액 직접투자 방식이며, 주식과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각 기업에 최대 10억원이 투자된다.

또 은행 내부적으로 중소기업 혁신성장을 위한 투자지침에 면책 기준을 둬 기업에 대한 투자가 보다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현재까지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 장애인용 스마트기기, 바이오 분야 등 총 19개 기업에 180억원이 투자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투자한 기업이 기업공개(IPO)까지 성공할 수 있도록 여수신 등의 금융서비스를 비롯, 경영·세무·법무 등 각종 경영자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앞으로도 금융에 적합한 기술은 은행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전용 CVC 펀드 등 기업 지원용 펀드를 향후 5년간 총 1500억원 규모로 조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무료 컨설팅을 제공하는 'KB 소호 컨설팅 센터'를 전국(서울 5개, 전국 5대 광역시)에서 운영 중이며, 지난 3월 수원과 일산 2곳에 신규 개설해 총 12개로 확대했다. 아울러 여의도 본점 내 전문가 상담조직인 'KB 소호 컨설팅 HUB'를 출범, 소상공인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을 시행하며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정책에 동참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권이 혁신금융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정부의 정책 기조와 손발을 맞추며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업계에선 이를 통해 혁신기업의 성장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강병우 컴플러스 대표는 "시중은행으로부터 창의적인 컨셉과 실용성 등 무형의 가치를 인정받고 투자를 유치했다"며 "1금융권의 투자는 다른 벤처투자자들로부터 추가 투자를 얻을 수 있는 마중물이 돼 기업 운영과 성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정부 주도 혁신금융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정부가 바뀌면 금융정책과 금융사들의 사업전략도 변경되는 사례가 허다했고, 혁신금융 또한 지속적인 추진 동력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혁신금융이)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고, 민간 금융사는 이에 보조를 맞춰나가는 모양새"라며 "이전 정부의 창조금융과 녹색금융처럼 현 정부 차원의 혁신금융 기조도 장기적인 지속성과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과 자산 안정성이 중요한 은행권에 정부가 모험투자를 권유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지적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사례를 교훈 삼아 단기적인 정부 시책쯤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혁신금융 발전에 꼭 필요한 민간 금융사의 자발적 참여가 계속 유인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과 지속적인 사회 분위기 조성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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