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시절 교도소는 '옛말'...수용자 훈계도 '신중'
2019.04.01 14:39
수정 : 2019.04.01 14:39기사원문
"교도소도 밖의 세상처럼 (여기도)하나의 사회입니다"
지난달 28일 오전 9시께 경기 안양시 호계동 안양교도소 내 수용동에서 한 교도관이 한 말이다.
교도소에서는 영화나 드라마처럼 교도관들이 수용자들을 구타하거나 욕설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사회에 법이 있고 사람들과의 규칙 및 관행이 있듯이 수용자들도 마찬가지라는 게 교도관들의 전언이다.
■"교도소도 하나의 사회"
교도관은 "수용자들이 무슨 일을 벌이는지 철저히 감시하지만 교도관들 몰래 자기네들끼리 룰을 정하는 것까진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그 정도는 놔둔다"고 했다.
방마다 당번 3명씩 돌아가며 배식과 식사 이후 식기 등을 정리하는 모습이 보였다. 보통 혼거방(24.7㎡·7.5평)은 10~12명, 독거방(4.29㎡·1.3평)은 1~2명의 수용자가 있는데, 각 방 앞에는 수용자들의 이름·혐의·당번표 등 인적사항이 표기돼 있었다.
가석방을 원해 자원한 사동 도우미들이 혼거실 배식구에 놓여있는 밥과 반찬통에 국자로 퍼서 음식을 담아주면 혼거실 당번들이 수용자에게 배분을 하게 된다.
이날 수용자 식단은 △아침:모닝빵·딸기쨈·떠먹는 요구르트·바나나·양상추 샐러드 △점심:북어콩나물국·닭고기채소볶음·간장깻잎지·배추김치 △저녁:순대국·부추전·양파쌈장·깍두기다.
한 끼 식사에 배정된 예산은 1501원인데, 가격에 비해 제법 식단이 양호한 편이었다. 한 교도관은 "대량 구매하고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 저렴한 비용으로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며 "영양사가 식단 열량과 레시피 등을 짜주면 취사를 작업으로 선택한 수용자들이 음식을 만든다. 콩밥은 이제 옛말"이라고 말했다.
■콩밥은 이젠 옛말...스스로 건강 챙겨
교도관들은 다수 수용자가 건강을 챙기는 편이라고 입을 모은다. 영치금은 수용자가 보유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이 300만원인데, 보통 비타민제·생수·과일·커피 등을 많이 구입한다는 것이다.
교도관은 "교도소 측에서 수돗물을 끓여 하루 세 차례씩 주는 데도 생수를 주문하는 수용자들이 많다"며 "과일 상자가 쌓여있는 혼거방도 있다"고 귀띔했다.
근래 들어 안양교도소 측은 수용자들끼리 서열을 나누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식기당번제·취침자리지정제 등을 운영한다. 그러나 영치금을 많이 받는 수용자에게 잘보이기 위한 일부 수용자의 떠받들기 행위도 교도관 눈을 피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교도관은 "영치금을 많이 보유한 수용자가 '왕'인 경우도 있다"면서 "화장실 쪽이 냄새가 나기 때문에 그쪽 자리에 있지 않으려고 싸움이 종종 일어난다"고 전했다.
■"문제 발생시 30일 이내 독방 신세"
일부 수용자는 교도관과의 원만한 관계를 갖기 위해 먼저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연락두절된 지인에게 전화 부탁을 한다거나 소송서류·서신 등을 보낼 일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문제를 일으키면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30일 이내 독방에 갇혀 TV 시청·접견·신문 열람·전화통화·서신 교환·자비 구매 사용 등이 제한될 수 있다.
교도관은 "독거실에 있는 한 수용자가 자신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는다며 방문에 인분을 던지거나 화투 그림을 그려 화투를 치다가 걸려 징벌을 받은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밖에 작업장으로 출역을 가지 않는 미지정동·치료동·의료동 등 수용자들은 취침 전까지 TV를 보거나 장기나 바둑을 두고, 성경책을 필사하고 있었다. TV 프로는 선정성이 없는 편집된 지상파 드라마 등이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