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 신고했더니 '역에 폭탄 설치' 112에 허위문자 신고자로
2019.04.02 10:01
수정 : 2019.04.03 15:44기사원문
피해자 휴대전화 악성앱 깔아 연락처·문자 정보 빼내
‘정부지원 저금리 대환대출’ 보이스피싱…20억 가로챈 15명 구속
(부산=뉴스1) 조아현 기자 = 보이스피싱에 속아 송금한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고 경찰에 신고하자 휴대전화에 설치된 악성앱을 통해 '감전역에 폭탄을 터뜨리겠다'는 내용의 112 허위 문자신고를 보낸 보이스피싱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주로 '정부지원 대환대출 상품'을 미끼로 피해자들에게 대량 문자를 발송해 보이스피싱 범행을 일삼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일 사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보이스피싱 조직 관리팀장 A씨(36) 등 15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 등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중국 칭다오시에 콜센터 사무실을 차려놓고 '저금리 대환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여 피해자 211명을 상대로 20억 4000여만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있다.
또 지난해 12월 18일 오후 4시46분쯤 1205만원을 송금했다가 보이스피싱 범행을 눈치 챈 피해자 B씨(48)가 경찰에 신고하고 피해 조사를 받자 B씨의 휴대전화 발신번호로 '부산 감전역에 15분 뒤 폭탄을 터뜨리겠다'면서 112에 허위 신고 문자를 보낸 혐의도 받고있다.
경찰조사 결과 보이스피싱 조직은 B씨가 추가 송금을 계속해서 거절하고 경찰에 신고하자 골탕을 먹이기 위해 이같은 문자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특공대와 군, 소방대원 등이 현장에 출동해 감전역 일대를 수색하는 소동이 벌어졌으나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당시 B씨의 휴대전화에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몰래 악성 애플리케이션을 심어놓은 상태였다. 이들은 112 허위문자 신고이후 B씨의 아내에게도 '이혼하자. 서류는 내일 보낼게'라는 문자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기존 제2금융권, 제3금융권에 대출을 받은 이력이 있는 사람들의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정부지원 저금리 대환대출을 해주겠다'는 허위 문자를 하루 2만여건씩 대량으로 발송했고 연락이 온 피해자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특히 A씨 등은 대출을 원하는 피해자들에게 '모바일 대출신청서' 작성을 빌미로 링크 파일을 내려받도록 유도해 악성앱을 설치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자 휴대전화에 깔린 악성앱을 통해 연락처, 문자, 통화내역 등의 정보를 빼돌렸고 피해자들이 기존 대출금을 갚거나 보증 보험료를 납부하기 위해 금융기관 콜센터로 전화하면 이들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연결되도록 만들었다.
결국 피해자들이 채무나 보험료를 납부한 돈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대포통장으로 고스란히 입금됐다.
이들은 수사기관 발신지 추적을 피하기 위해 전화번호를 변조하는 조직과 연계해 '070'으로 시작하는 인터넷 번호를 '010' 국내 휴대전화번호가 나타나도록 조작했다.
전화번호를 변조하는 조직은 국내 오피스텔을 빌려 이른바 '모바일 게이트웨이'라고 불리는 중계기를 설치해 중국에 거점을 둔 다수의 보이스피싱 콜센터 조직에 이같은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콜센터에서 걸려온 보이스피싱 전화를 국내에서 발신된 것처럼 속인 것이다.
보이스피싱 조직과 결탁한 전화번호 변조 조직은 '통신기기를 설치, 관리해주면 월 30만원을 지급한다'는 허위 '재택알바' 모집 광고를 냈고 평범한 주부 등 일반인들의 가정집에 전파송출장비를 심어두고 중계기를 통해 원격 조종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 등이 '보이스피싱 콜센터를 운영하면 고수익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중국으로 건너간 뒤 피해자 휴대전화에 설치할 악성앱과 대포통장을 마련했고 학교 동창이나 동네 친구들까지 끌어들여 조직원 규모를 늘려갔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저금리 대환대출을 해주겠다면서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한 뒤 대출을 조건으로 기존 대출금 상환을 요구하는 수법이 유행하고 있다"며 "전화상으로 기존 고금리 대출을 우선 상환하거나, 선입금을 요구한다거나, 대출 진행을 빌미로 IP 주소를 알려주면서 앱 설치를 권유한다면 보이스피싱일 가능성이 매우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경우 해당 금융기관을 직접 방문하거나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로 중복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특히 현대캐피탈과 롯데캐피탈에는 '대환대출' 상품 자체가 없기 때문에 관련 광고는 100% 보이스피싱 조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