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자 늘어나는데… 국가지정병원·예산은 태부족
2019.04.03 16:46
수정 : 2019.04.03 16:46기사원문
우리 사회가 마약 청정국의 위상을 잃었음에도 불구, 늘어나는 마약 중독 환자들에 대한 대비책은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약 중독 환자들에게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만 제공해 줘도 재범률을 크게 낮출 수 있지만, 제도적 뒷받침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마약 범죄는 늘어나는데….
3일 현재 한국의 공식 마약 중독 전문 재활센터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뿐이다.
국내 마약 중독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들여다보면 이같은 문제는 더욱 적나라하게 비춰진다. 2017년 기준 국내에 검거된 마약류 사범은 1만4123명. 4년 전에 비해 44.6% 증가한 수준이다. 2018년 한 해 동안 관세청이 적발한 마약도 426kg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6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그러나 마약 중독자 지정병원의 수는 10년 전에 비해 오히려 3곳이 줄었고, 국가 예산 역시 2009년 2억3200만원에서 2016년 6000만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다시 조금씩 관련 예산이 늘어나 7500만원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늘어나는 마약 중독자들을 치료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마약 중독을 만성질환으로 보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단순한 교육이나 스스로의 절제 등을 통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조성남 법무부 치료감호소장은 환자들 본인은 물론, 보건당국과 사법당국의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고 했다. 조 소장은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마약 등 중독 질환자들의 치료에 힘썼고, 지난 2월 제9대 치료감호소장에 임명된 스페셜리스트다.
그는 "마약 중독은 치료를 통해서만 회복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문제는 중독 질환의 특성 상 자신이 중독이라는 것을 깨닫기가 어렵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마약 중독은 만성질환"
때문에 마약 중독 환자들이 치료를 받게 끔 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사법당국의 법적 처분이라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그러나 사법당국의 법적 처분과 마약 중독 환자들의 치료 연계가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조 소장은 지적했다.
조 소장은 "마약 중독 환자가 처음 검찰에 검거됐을 때 대부분의 경우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로 풀려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보다는 치료보호조건부 기소유예를 통해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을 고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 마약 중독 환자들이 받는 교육 이수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의 경우 1년에 500건이 넘지만, 치료보호조건부 기소유예는 10건도 채 되지 않는다.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으면 20시간 정도의 교육만 받으면 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마약 중독 치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차 사법당국의 법망에 걸려 법정을 향하게 되는 마약 중독 환자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검찰이 아닌 법원의 처분을 받게 되는데, 조 소장은 법적 처벌과 함께 치료명령제도의 활용도가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료명령제도는 마약류 사범에 대해 치료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법원이 명령하는 제도로서 지난해 6월부터 도입됐다.
조 소장은 "마약 중독 환자들을 다짜고짜 교도소로 보내면 오히려 마약하는 법을 배워서 나오기 때문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법원에서 형을 선고하면서 치료명령을 같이 내려줘야 하는데 그런 경우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적어도 치료명령을 원하는 이들만이라도 치료감호소로 보내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일련의 상황, 기회로 삼아야"
조 소장은 최근 마약 관련 문제가 국가적 이슈로 불거진 현재 상황을 근본적 문제 해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약류 범죄의 심각성을 국민들이 새롭게 인지하게 된 만큼 새로운 대비책을 마련해야 것이다.
조 소장은 "사법당국의 처분 이후 국가가 21곳의 지정 병원에서 1년간 무료로 치료를 지원해주고 있지만,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예산을 늘리려는 시도조차도 별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예인과 같은 유명인들이 마약 범죄를 저지른 후 단순히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하니까 국민들이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생각을 못하게 된다"며 "치료명령 등을 통해 유명인들이 의무 치료를 받도록 하고 이후 국민들에게 마약의 위험성, 중독의 위험성을 알릴 수 있도록 하면 인식 변화의 큰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