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길·추사 김정희 작품 '가짜'?…지자체 혈세 '줄줄'
2019.04.04 12:19
수정 : 2019.04.04 13:25기사원문
고흥·함평군, 위작 논란 유물 구입에 거액 사용
전문가 "공인 감정시스템 구축해 유사사례 막아야"
(고흥=뉴스1) 지정운 기자 = 전남 일부 지자체들이 거액을 들여 구매한 유명인사들의 작품이 '가짜' 공방에 휩싸이며 혈세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고흥군에 따르면 분청문화박물관에 전시하기 위해 구입한 윤봉길 의사의 유묵(생전에 남긴 글이나 그림)이 가짜로 판결나 판매자에게 지급액 반환 소송을 진행 중이다.
군은 2015년 11월25일 유물 매도자 A씨와 윤봉길, 안중근, 안창호, 김구 선생 등 항일 애국지사 6인의 글씨와 족자, 시문, 서첩 등 6점에 대해 10억원의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매매대금은 계약 당시인 2015년 11월30일까지 4억원을 지불하고, 잔금 6억원은 2016년 3월31일에 3억원, 2017년 3월31일에 3억원을 각각 지불하는 조건이다.
하지만 군비로 지역과 특별한 관련도 없는 거액의 유묵들을 구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거센 비판과 함께 가짜 시비가 끊이지 않았고, 군은 2차 잔금 3억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유묵 매도자 A씨는 2016년 10월5일 광주지방법원에 유묵 매도대금 지불 청구소송을 제기하며 법정 다툼이 이어졌다.
재판 과정에서 고흥군은 당초 유물매매계약서에 명시된 '계약취소 및 반환 조건'을 들어 6점의 유묵들이 과연 진품인지 여부를 밝혀내기 위해 재판부에 재감정을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2018년 9월4일 유물감정 전문가 3인에게 감정 의뢰한 결과 윤봉길 유묵 1점은 만장일치로 '가짜 판정'을 받았고, 광주지방법원 재판부는 같은 해 11월16일 윤봉길 의사 유묵은 '진품이 아니라고 봄이 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가짜' 판결은 받은 유묵은 윤봉길 의사의 '장부출가생불환'(丈夫出家生不還)이다.
이와 관련 고흥군은 계약 당시 유묵 매도자 A씨에게 지급했던 4억원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별도로 제기해 현재 광주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전남 함평군도 최근 35억원대 추사 김정희 위작 논란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함평군의 수사의뢰를 토대로 위작 논락이 제기된 추사 작품의 매매와 기증 과정에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함평군은 2015년부터 '추사 김정희 박물관' 유치를 목표로 지역출신 소장자로부터 50점을 기증받고 30점을 35억원 상당에 구입했다.
하지만 위작 논란이 제기되면서 지난해 11월 한국고미술협회에 추사작품에 대한 감정을 의뢰한 결과 매입 작품 중 13점, 기증받은 19점 등 총 32점이 위작이란 판단을 받았다.
이에 함평군은 관련 내용에 대해 자체 조사를 진행, 문제가 있다고 보여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이어지는 위작 논란에 대해 최인선 순천대 박물관장은 "지자체의 사업 추진의욕에 비해 공인된 전문가와 협의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다소 부족하다 보니 혈세 낭비 지적까지 받는 것 같다"며 "공인 감정시스템을구축해 유사 사례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재청이 국가 유물을 매입하는 경우 학계의 전문가로 구성된 감정위원을 선정해 진행하듯 지자체도 국가기관의 감정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며 "대학이나 국가기관에서도 턱없이 부족한 전문 인력 양성 등 문화재 검증 시스템 구축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