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5G 첫 개통'…쉬쉬하며 '올빼미 개통'한 사연
2019.04.04 13:44
수정 : 2019.04.04 20:02기사원문
美버라이즌 개통일정 4일로 당기자 3일밤 11시 개통
'세계최초' 타이틀 선점효과 커…표준·장비 산업 선도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지난 3일 밤 11시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전화 개통을 시작했다. 이통사들은 이날밤 언론에도 알리지 않고 철통보안 속에 5G 1호 가입자 개통작전을 펼쳤던 것은 바로 '세계 최초' 타이틀을 미국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였다.
SK텔레콤은 이날 밤 아이돌가수 엑소와 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연아, 프로게이머 페이커 등 각 분야별 한류스타 6명을 초청해 5G를 개통했다. KT는 독도 등 섬지역 기지국을 구축하는 직원의 아내를 1호 가입자로, LG유플러스는 인기 유튜버 '아옳이' 김민영씨 부부를 1호 가입자로 각각 맞았다.
예년 같았으면 이통사들은 새로운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알리기 위해 앞다퉈 언론에 1호 개통소식을 알렸을 터였다. 그러나 이번에 이통사들은 언론에 알리기는커녕 보도될까봐 쉬쉬하며 한밤을 틈타 '올빼미 개통'을 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통사들이 1호 가입자 개통을 007작전 펼치는 진행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미국 이통사 버라이즌와이어리스가 4일부터 5G 개통을 시작한다는 첩보가 입수됐던 것이다.
당초 버라이즌은 11일부터 5G 개통을 시작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이보다 앞서 5일 개통을 준비했다. 그런데 버라이즌은 이보다 빠른 4일로 개통일정을 앞당기게 되면 우리나라는 수년간 별러왔던 '세계 최초' 타이틀을 허무하게 뺏기게 된다. 이에 정부와 이통사들은 극비리에 하루 동안 1호 가입자 개통을 준비했던 것이다.
버라이즌이 5G 개통일정을 11일에서 4일로 앞당긴 것도 '세계 최초' 타이틀 때문이었다. 버라이즌은 오는 11일 시애틀과 미니애폴리스에서 5G 상용화를 하겠다고 공표했다. 그런데 한국의 이통사들이 5일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하자, 이보다 하루 빠른 4일에 기습 개통을 하려 했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세계 최초 타이틀이 그렇게 중요하냐'며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관련업계는 '매우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상용화했다는 것은 국가의 홍보효과뿐 아니라 국제표준과 산업기술을 주도할 수 있어서다. 5G는 앞으로 10년간 47조원의 경제효과를 낳는 '황금알'이므로 정부 입장에서도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인 셈이다.
장범식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디지털 분야는 '승자독식'이 매우 강할 뿐만 아니라 처음 진입하는 사업자가 시장의 80% 이상을 독점하는 '퍼스트 무버' 효과가 어느 분야보다 강하다"면서 "국내 이통3사가 이번에 5G 최초 상용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5G 선도 사업자에 대한 해외 통신사와 기술업체들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한 기술력을 직접 경험하고 싶다는 세계 유수 통신사들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면서 "유럽 최대 통신사 중 하나인 도이치텔레콤이 이달 중 SK텔레콤을 방문해 5G 구축 현황과 기술력을 직접 전수받기로 했고 싱가포르의 싱텔도 조만간 한국을 찾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