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봉사단 '서번트미션팀' 해마다 네팔서 봉사로 기쁨 나눠

      2019.04.11 16:33   수정 : 2019.04.11 17:17기사원문


매년 한국의 한가위 명절을 손꼽아 기다리는 네팔의 힌두교 마을이 있다. 히말라야 산맥과 이어진 해발고도 2700m대의 고지마을 좀솜 치망마을 사람들이다. 이들이 한국 명절을 기다리는 이유는 하나다.

멀리 한국에서 재미있고 고마운 사람들이 오기 때문이다.

멍걸도 한국의 손님들을 기다린다.
힌두교 문화권에선 이름에서 계급을 유추할 수 있다. 멍걸은 남보다 낮은 계급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건 그 이름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매우 제한돼 있다는 걸 의미한다. 같은 말을 해도 계급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이 받는 대우는 현격히 다른 게 현실이다. 멍걸이 옳은 말을 할 때에도 많은 이들이 그의 말을 무시하기 일쑤다. 멍걸은 자신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사람들이 좋다. 올해 명절에도 멍걸이 기다리는 한국의 손님들이 올 것이다.

'서번트 미션팀'은 서울 연희동 고려튼튼태권도장 사범들로 구성된 봉사단체다. 매년 추석마다 열흘 정도 시간을 내 네팔을 찾은 게 올해로 5년째가 됐다. 미션팀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개신교 선교단의 성격을 가진 이들은 태권도를 비롯한 각자의 재능을 통해 네팔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을 선사하는 걸 사명으로 삼고 있다.



■섬기자는 의미의 '서번트미션팀'

박나진 사범은 서번트 미션팀의 시작을 제안한 사람이다. 서울신학대 태권도 선교단에 속해 처음 해외 봉사활동을 시작한 박 사범은 선교단을 떠나 네팔지역 봉사를 이어오던 중 지금의 동료들과 만나게 됐다. 박 사범은 "전에 다른 팀들이 해외에서 선교하고 봉사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마치 자신들이 그 나라 사람들보다 위인 양 호령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많았다"며 "우리는 그러지 말고 낮은 마음으로 섬기며 이끌자는 뜻에서 '서번트 미션팀'이란 이름을 짓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사범에게 선교단 활동을 제안받은 윤은희 관장은 박 사범과 함께 5년 째 네팔 지역을 방문하고 있다. 윤 관장은 "태권도장을 오래 운영하며 서로 누구인지 알고 있던 차에 박 사범이 먼저 봉사활동을 가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을 해왔다"며 "도장 운영이 10년을 넘어가며 권태가 오던 시기였는데, 매년 도움이 필요한 곳에 가서 교육을 하고 물품도 나눠드리며 개인적으로도 삶이 풍요로워지는 계기가 된 듯하다"고 말했다.

박 사범과 윤 관장 두 명으로 시작한 선교팀은 고려튼튼태권도장 사범 네 명이 모두 참여한 단체로 발전했다. 해를 거듭하며 선교·봉사 활동에 체계가 잡히고 장기적으로 현지에 학교를 짓는 일까지 추진할 예정이다. 당장 올해는 현지에 한 선교사가 지은 학교를 중심으로 봉사를 해나갈 계획이다. 윤 관장과 박 사범에 더해 최성진 사범, 이들과 인근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강은희 원장까지 참여할 예정이다.

봉사는 현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을 전달하고 태권도 시범과 각종 교육활동, 찬양예배 등의 프로그램으로 짜여져 있다. 윤 관장은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복음을 현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우리가 그들에게 필요한 걸 다 해줄 수는 없겠지만 필요한 물건을 기부하고 각자 가진 재능으로 그 사람들이 배우길 원하는 걸 해주는 것으로 봉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봉사활동하다 네팔 사랑에 빠져

윤 관장은 이어 "현지 마을이 춥고 물자도 부족한 데다 뭘 구하려면 대여섯 시간씩 걸어서 다녀야 할 만큼 고립된 지역"이라며 "그런 지역인데도 우리가 식사를 대접할 땐 먼 지역에서 종일 걸어 와서 200명까지 모이기도 한다. 그들 삶에선 커다란 이벤트이고 도움이 되기도 하니 우리가 이런 활동을 하고 있다는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유독 네팔 지역에만 십년 넘게 봉사활동을 해온 박 사범에게 왜 하필 네팔이냐고 묻자 흥미로운 답이 돌아왔다. 박 사범은 "네팔에 처음 갔을 때 냄새부터 다른 나라보다 거부감이 많이 느껴졌고 사람들도 마음 속으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아 다시는 네팔에 오지 않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며 "그런데 현지에 교회를 짓는 과정을 함께 겪게 됐고 그 과정에서 행복한 순간들을 많이 겪으며 네팔 사람들을 사랑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박 사범은 "네팔사람들은 차 한 대 잠깐 빌리는 것만 해도 열 명 넘게 발 벗고 나설 만큼 적극적이고 착한 부분이 있는데, 그 이면에는 너무 가난해서 돈이나 물건을 받아도 당연하게 여기는 그런 의식도 있다"면서 "그런 문화 전체를 받아들이며 그런 것까지도 이해하고 더 나은 쪽으로 변화시켜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네팔 마을에 학교 설립이 꿈

서번트 미션팀의 꿈은 현지 마을에 학교를 세우는 것이다. 박 사범은 "힌두교에는 전생의 개념이 있어서 사람들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데, 제 시각에선 참 안타까운 부분도 많다"며 "예를 들어 이름에 신분의 의미가 담겨 있는데 그 신분이 낮은 사람의 경우에는 다른 이들이 볼 때 천한 사람으로 인식이 돼서 무슨 말을 하고 일을 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모습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박 사범은 "교육이란 건 사람들의 세계관 자체를 내부적으로 바꿔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네팔이 최빈국이고 교육 자체가 부족한 상황인데 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만으로도 세계관이 넓어질 수 있고 그 사람 개개인에게 정말 필요한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을 한다"고 강조했다.

윤 관장 역시 "네팔에선 학교란 게 한국 60년대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나오는 것처럼 무너져가는 곳에 지어놓은 경우가 많다. 제대로 된 책상이나 그런 것도 없고 쓰레기장이나 먼지구덩이 같은 곳에서 공부를 한다. 그나마도 학교에 못 다니는 아이들이 더 많고 교육 역시도 다양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렇다보니 뭘 가르쳐준다고 하면 다니던 학교도 빼먹고 달려올 만큼 열성적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그거 하나 배우겠다고 오는 걸 보며 우리가 필요한 봉사를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해외에서 이뤄지는 선교 목적 봉사활동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과거 샘물교회 사태에서 보듯 외교적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 사범은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도 조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부딪침이 있는 곳에서 억지로 뚫고 들어가려다 보면 당연히 문제가 생기고 봉사의 목적과도 맞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신앙에 깊이 들어가서 생각해보면 부딪치지 않으면서도 그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게 뭔지 알고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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