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를 지켜라.." 악취와의 전쟁 시작된 울산
2019.04.14 08:59
수정 : 2019.04.14 08:59기사원문
#.지난 8일 오전 석유화학공단인 울산시 남구 여천동에서 배관 작업 중이던 근로자 10여 명이 현장을 떠나면서 다급하게 목소리로 119에 전화를 걸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가스냄새가 난다는 내용이었다. 근로자 일부는 메스꺼움과 두통을 호소하며 두려움에 떨었다.
【울산=최수상 기자】 원인을 모르는 가스냄새는 심지어 지진의 징조라고 여기게까지 하면서 불안감을 조성한다. 국내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단지가 운영되고 있는 울산은 해마다 4월이면 악취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낮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공단지역 각종 화학물질이 대기중으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쟁이라고 하지만 거의 패하는 쪽은 지방정부와 울산시민들이다. 단속과 신고를 비웃듯 악취 발생이 좀처럼 줄지 않기 때문이다.
14일 울산시에 따르면 악취 민원은 2016년 739건, 2017년 637건, 2018년 735건 등 최근 3년간 2111건에 달했다. 약간의 등락이 있을 뿐 큰 진전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역별로 악취배출업소를 관리하는 울산시 5개 구·군은 지난해 수백 건의 악취 민원에도 불구하고 307곳을 점검해 중 28곳을 적발하는 데 그쳤다. 한 곳이 반복적으로 악취를 유발시키기도 하지만 적발 후에는 재발이 쉽지 않아, 또 다른 업체에서 고의 또는 실수로 악취를 유발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순간 발생했다가 빠르게 사라지는 악취의 경우에는 더욱 원인을 찾기 어렵고 처벌도 못한다. 황(黃·Sulfur) 성분이 섞인 것으로 추정된 이번 악취도 인근 정유공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돼 조사를 벌였지만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포집된 악취의 성분을 분석 중이다. 지난 2018년 5~6월 사이 발생해 지진의 징조라는 괴담까지 나돌아 전국을 긴장시켰던 정체불명의 가스냄새와 걸레 썩는 냄새는 울산항의 선박이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유발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역시 원인을 찾는 데 실패했다.
울산지역에서 발생하는 악취는 다양한 종류의 유해화합물을 포함하고 있다는 데서 심각성을 더한다.
울산시가 분석한 악취감지 우려지역 18곳을 살펴보면 남구의 경우 아민류(암모니아 NH3의 수소 원자를 탄화수소기로 치환한 유기 화합물), 초산, 황화수소, 암모니아, 동구 방어동 주변은 알데히드류, 톨루엔, 자이렌, 황화수소 등을 감지할 수 있다. 또 북구지역은 아민류, 주물류, 톨루엔, 자이렌 등이 울주군에서는 황화수소, 암모니아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울산은 안타깝게도 악취발생 시기인 4~10월 사이 장미축제와 고래축제 등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 대규모 행사가 진행된다. 울산시는 혹시나 손님들에게 ‘공해도시’라는 오명이 각인될까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기간 동안 악취종합상황실을 설치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앞서 오염물질(악취물질) 105개 종류와 농도 파악이 실시간 가능한 유해대기측정시스템도 구축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밖에도 올해는 14곳뿐인 악취 모니터링 시스템도 5곳에 추가 설치할 계획이며, 발생한 악취의 성분을 분석하기 위한 무인포집기도 30곳에 설치해 악취배출원 관리를 보다 강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