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서 수소 생산하는 '수전해기술' 상용화 앞당기나
2019.04.13 02:12
수정 : 2019.04.13 02:12기사원문
UNIST 연구진이 많은 전류를 흘려보내도 안정적으로 물을 분해해 수소와 산소를 동시에 생산하는 '수전해 촉매'를 개발했다. 새로운 촉매는 합성공정이 단순하고 대량생산도 가능해 상용화에 대한 가능성을 높였다.
UNIST는 12일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박혜성·김건태·곽상규 교수 공동연구팀이 '전이금속칼코겐화합물'과 '페로브스카이트산화물'을 결합한 '이종구조 수전해 촉매'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수전해기술은 물에 전기를 흘려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기술로 수소를 생산하는 친환경적인 방법이다. 이때 물 분해 반응을 돕는 촉매가 필요하다. 기존에는 백금(Pt)이나 이리듐(Ir) 기반 귀금속 촉매의 성능이 우수하다고 보고됐다. 하지만 귀금속 촉매는 가격이 비싸고 안정성도 낮아 상용화가 어려웠다.
이번 연구에서는 몰리브덴다이셀레나이드(전이금속칼코겐화합물)와 란탄스트론튬코발트산화물(페로브스카이트산화물)를 용기에 넣고 쇠구슬과 함께 굴리는 간단한 방법으로 이종구조 촉매를 합성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촉매는 수소발생반응과 산소발생반응 양쪽에서 귀금속 촉매에 근접한 성능을 보였다.
제1저자인 오남근 UNIST 에너지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이번 연구에서는 두 물질을 합성하는 과정에서 전이금속칼코겐화합물의 일부가 금속 성질로 바뀌면서 촉매의 성능과 안정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귀금속 촉매가 둘 중 한 곳에서만 우수한 성능을 보이는 것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특히 이 촉매는 가로세로 1㎝ 면적에 100밀리암페어(㎃)의 전류를 흘려도 전극 손상 없이 1000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기존에 보고된 촉매들은 같은 면적에 50㎃ 이상의 전류를 흘려도 오래 가지 않아 전극이 손상된다.
전이금속칼코겐화합물과 페로브스카이트산화물의 이종구조에서 전이금속칼코겐화합물의 반도체 성질이 금속 성질로 변하는 독특한 상전이 현상은 이번 연구에서 최초로 발견돼 실험적·이론적으로 규명됐다. 페로브스카이트산화물(LSC)에서 전이금속칼코켄화합물(MoSe₂)로 전자가 이동하자, 전이금속칼로켄화합물의 일부 구조가 변하면서 반도체 성질이 금속 성질로 바뀐 것이다. 박혜성 교수는 "이번에 제안한 촉매 설계는 다양한 화합물로 조합할 수 있어 잠재력이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금속 기반 촉매에 집중됐던 수전해 촉매 연구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공동 제1저자인 김창민 UNIST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최근 알카라인 수전해 기술은 대부분 금속 기반 수소생산반응 촉매 개발에 집중돼 있다"며 "물 분해 반응의 발목을 잡던 산소발생반응 촉매로도 높은 성능을 보이는 새로운 촉매가 나온 만큼 관련 기술도 한층 발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건태 교수는 "수전해 촉매를 상용화하려면 간단한 합성, 대량화, 재현성, 저비용, 고성능, 고안정성 등이 수반돼야 한다"며 "새로 개발한 촉매는 이런 조건을 만족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연구성과는 자연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12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