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이름이 우리의 역사… 마주하고 거닐고 기억하다

      2019.04.14 16:35   수정 : 2019.04.14 16:35기사원문

망우리공원은 만해 한용운·박희도·오세창·조봉암 선생 등 수많은 독립애국지사, 근대 문화·예술가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일부 묘역은 무심히 방치된 채 가난한 모습이다. 돌봐줄 유족이 없는 흥사단원 이영학 선생의 묘소는 초라하고 서글프기까지 하다.

또 함세덕, 최학송 선생의 묘소도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묘지 위에 나무가 자라고 있는 곳도 있고 길 안쪽 깊숙이 자리한 묘소는 진입로를 찾기도 쉽지 않다.
무연고 묘지나 마찬가지다. 관계법상 묘지공원으로 등록돼 있는 망우리공원은 국가보훈처의 관리를 받고 있는 국립묘지와는 전혀 다르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일부 묘소에 한해서만 서울 중랑구에서 위탁관리를 하고 있다. 때문에 문화재도 아니고 유족도 없는 묘소는 관리가 소홀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서울 중랑구가 망우리공원을 숲과 산책로, 애국지사 묘역이 공존하는 서울의 대표적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하고 있다. 이는 민선 7기 류경기 중랑구청장의 핵심 공약사업이기도 하다. 류 구청장은 근현대 격동기에 큰 족적을 남긴 60분의 묘역과 봉사단원을 일대일로 결연해 중랑구민이 자율적으로 묘소를 정비하고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근현대 애국지사들이 영면

이곳에는 영욕(榮辱)의 역사가 묻혀 있다. 애국민족지사가 영면해 있는가 하면 반민족·친일 행각을 벌인 일파가 묻혀 있기도 하다. 또 사회주의자가 잠들어 있기도 하며 국가보안법을 위반해 사형당한 이도 묻혀 있다. 또한 일제가 산림을 수탈한 뒤 나무심기를 권장한 일제의 산림정책가도 이곳에 매장돼 있다. 이 밖에도 문화·예술인·언론인 등 일제 근현대사 속에서 족적을 남긴 각계의 유명인물들이 망라돼 있다.

먼저 3·1운동 민족대표이자 승려였으며 '님의 침묵'을 노래하며 일제에 저항했던 한용운 선생이 이곳에 영면하셨다. 묘소는 공원 관리사무소 왼쪽을 따라 동락천 약수터에서 앞으로 5분 정도 걸으면 오른쪽에 있다.

박희도 선생도 여기에 계신다. 선생은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1인이었지만 일제말기 친일행위로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시를 남기고 떠난 목마 박인환 선생, 백치 아다다의 계용묵 선생도 계시며 조선 여성동우회와 근우회 등을 창립해 민족해방, 여성해방의 이상사회 실현에 헌신한 박원희 여성운동가도 여기서 잠들어 계신다.

어린이날 창시자 방정환 선생, 한국야구의 원조 홈런타자 이영민 선수, 1960년대 가요계의 아이돌 가수 차중락도 양지 바른 곳에 잠들어 있다. 또 독립운동으로 옥고를 치르고 정부수립을 위해 헌신했던 언론인 장덕수 선생과 그의 부인 박은혜 선생도 이곳에 있다. 박은혜 선생은 은석초등학교를 설립한 여성 교육자이다.

국내 적생노동조합 재건, 노동자 총파업 등 사회주의 활동을 독립운동과 연계시킨 오기만 선생과 독립운동을 했으며 광복 뒤 초대 농림부 장관, 국회부의장을 역임하고 간첩죄와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사형당한 조봉암 선생도 여기 계신다.

사업가도 여기서 잠들었다.

안봉익 선생은 대한중석 초대 사장을 했으며 사장 재임 중에 채광의 기계화 등 대한중석을 현대적 기업으로 일궈냈다.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의 치산사업에 관심을 가졌던 일본인 산림정책가 사이토 오토사쿠와 조선의 산과 문화를 사랑했고 죽은 뒤에는 유언에 따라 조선에 묻혀 조선의 흙이 된 일본인 아사카와 다쿠미도 잠들어 있다.

이 밖에도 망우리공원에는 일반인까지 포함해 2만8500기의 묘지가 있었으나 모두 이장되고 이제 7425기가 잔존해 있다. 이 잔존 분묘는 현재 중랑구 지역에 4588기가 있으며 산능선 너머 경기 구리시 지역에 2837기가 있다. 이들 두 지역 모두는 서울시 소유의 땅이다.



■망우역사문화공원으로 성역화 사업

망우리공원은 1933년 5월 일제가 개원시켰다. 그 당시 일제는 침략전쟁 준비와 용산택지 개발을 위해 이태원공동묘지를 이곳 망우산에 공동묘지로 만들었다. 원래 왕릉(동구릉) 주변에 공동묘지는 금기시돼온 것이 우리의 관습이었다.

그러나 일제는 조선 건국 등 조선의 혼까지 약탈해갈 요량으로 이곳에 조성했다. 그러나 정부는 1973년 만장(滿場)으로 묘지를 폐장시켰다. 이어 서울시는 망우리공원 조성계획을 세운뒤 이곳을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했다.

특히 류 구청장은 이 공원에 55억원을 들여 '망우역사문화공원'으로 새롭게 단장하기로 했다. 이 같은 계획 속에는 '망우리 공동묘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시킴이 크다. 여기에 영면해계신 위인들의 뜻을 받드는 등 역사·문화적 가치를 부여하기 위한 류 구청장의 철학이 담겨 있다.

이에 따라 분묘 이전비용 지원 등 일반인을 중심으로 묘역이장을 권장시켰다. 지금은 굽이굽이 조성된 5㎞의 오솔길을 따라 등산객, 지역주민들이 즐겨 찾는 지역 명소로 발돋움했다. 또 근현대 유명지사에 대한 역사여행을 청소년에게 소개하는 등 한 해 40만여명이 찾고 있다.

그러나 망우리공원에서 이장된 근현대 역사적 유명인사들도 여럿 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이곳에 묘비만 남긴 채 구리 도산공원으로 이장했으며, 가수 강수지씨의 할아버지 강학린 선생도 이장했다. 강학린 선생은 독립운동가였으며 지난 1993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또 독립운동가 김봉선 선생(건국포장), 박찬익 선생(건국훈장 독립장), 송진우 선생(건국훈장 독립장)은 서울현충원으로 이장, 영면해 있으며 독립운동가 나운규 선생(건국훈장 애국장), 문명훤 선생(건국훈장 애국장), 조종완 선생(건국훈장 애족장)은 대전현충원으로 이장했다.

dikim@fnnews.com 김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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