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의 대물림’ 여론만 의식 … 中企 가업승계 의지 외면
2019.04.14 17:24
수정 : 2019.04.14 17:24기사원문
【 워싱턴DC(미국)=김서연 기자】 현행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소·중견기업을 10년 이상 경영한 경우 최대 500억원까지 가업상속에 따른 세금공제가 가능하다.
그러나 가업상속 공제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혜택을 받은 기업이 2016년 76곳, 2017년 75곳에 그쳐 법 개정 필 요성이 대두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 참석차 방문한 워싱턴DC에서 기자들에게 "공제 대상·한도 조정은 전혀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가업상속공제 확대에 대한 '부의 대물림' 등 부정적 인식 등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가업상속공제 대상기업의 기준이 넓고, 공제한도도 너무 높아 일부 고액자산을 보유한 상위계층에 특혜를 주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정치권과 기업들은 가업상속공제 대상기업과 공제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소·중견기업 창업주들의 원활한 가업상속을 위해 상속세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다. 실제 기업인들의 요구를 반영한 법안 개정안 제출이 줄을 잇고 있다.
이달 초 자유한국당 심언석 의원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가업상속공제 대상기업 매출액을 1조원으로 확대하고, 상속공제금액도 30년 이상인 경우 1000억원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같은 당 박명재 의원도 지난달 가업상속공제 대상기업 매출액을 1조2000억원 이하로 하되, 명문 장수기업의 공제한도는 2000억원까지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 등 11인은 가업상속공제 대상기업 매출액을 5000억원으로 상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정부와 기업·정치권의 인식차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징벌적 가업상속세'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국내 상속세율은 최고 50%(최대주주 할증 시 65%)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세율 26.3%보다 2배 이상 높다.
이런 이유로 최근 3년간 가업상속공제제도를 적용받은 기업은 2014년 68건, 2015년 67개, 2016년 76개, 2017년 75개 기업 등에 불과하다.
실제 락앤락과 유니더스, 에이블씨엔씨 등은 상속·증여세 부담 때문에 사모투자펀드(PEF)에 지분을 매각, 가업승계를 포기한 바 있다. '2018 중견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견기업들은 가업승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문제로 '상속·증여세 조세 부담(69.5%)'을 꼽기도 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