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피해 복구 시작된 속초 장천마을…"살아있어 다행이지만"

      2019.04.17 18:19   수정 : 2019.04.17 21:00기사원문
강원 산불피해 복구가 시작된 17일 강원 속초시 장천마을에서 한 주민이 자신의 집이 철거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2019.4.17/뉴스1 © News1 이찬우 기자

강원 산불피해 복구가 시작된 17일 강원 속초시 장천마을에서 주민들이 화재로 무너진 집을 정리하고 있다.2019.4.17/뉴스1 © News1 이찬우 기자

강원 산불피해 복구가 시작된 17일 강원 속초시 장천마을에서 한 주민이 불에 타고 남은 비료를 농사에 쓰기 위해 주워 담고 있다.

2019.4.17/뉴스1 © News1 이찬우 기자

못챙긴 금패물이 생각나 불탄 집 뒤적이기도
이재민들 "불완전한 복구·지원 방안에 불안"

(속초=뉴스1) 이찬우 기자 = "살아있어 다행이지만 철거되는 집을 보니 그저 눈물만 나네요. 빨리 복구가 마무리 되기를 바랍니다."

강원 산불 복구작업이 시작된 17일 강원 속초시 장천마을에서 주택철거 작업을 지켜보던 한 주민은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속초시와 육군 102여단은 장천마을에 2대씩 총 4대의 굴삭기를 동원해 산불에 전소된 주택을 철거했다.

주택철거에 동원된 굴삭기는 희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검게 그을린 건물에서 고철과 구조물을 분리했다.

이내 폐기물 수거 차량과 덤프 트럭이 고철 등을 실어 날랐다.

시에 따르면 장천마을에서 산불로 전소돼 철거를 진행해야 하는 주택은 총 24가구다.

이 중 4가구는 거주자가 타지에서 요양 중이거나 직장생활을 하는 등 철거동의가 진행되지 않아 대기 중이다.

복구 작업이 시작된 장천마을은 화마의 충격에서 조금씩 회복되는 분위기였다.

마을 주민들은 화마 속에서도 남은 것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철거 현장을 찾았다.

윤모씨(77·여)도 아들과 함께 산불에 전소된 집을 찾았다.

윤씨는 시부모님 때부터 이어져 온 100년이 넘은 집을 산불로 잃었다.

윤씨는 "산불이 났을 당시엔 목숨을 건진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으나 시간이 지나자 집에 두고온 금패물이며 귀중품이 생각나 집을 다시 찾았다"고 했다.

윤씨와 윤씨의 아들은 굴삭기로 건물을 철거하기 전에 금패물을 찾기 위해 건물 잔해 이곳저곳을 뒤적였다.

같은 마을 주민인 김모씨(74·여)는 이번 산불로 자신의 집과 창고를 잃었지만 한해 농사 준비를 위해 철거 현장을 찾았다.

그는 "50년을 넘게 살며 아들, 딸을 키워낸 집이 불에 전부 탔다. 올해 농사를 위해 모아둔 도구, 씨앗 등이 창고와 함께 탔다"며 갑갑한 심경을 드러냈다.

김씨는 "조금이라도 모아서 올해 농사에 쓰겠다"며 창고 안에서 불에 타지 않은 비료를 긁어 모았다.

이어 "큰 산불에서 목숨하나 건진게 다행"이라며 "하루 속히 복구가 마무리되고 집이 빨리 지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경로당에 모여서 복구, 지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한 주민은 "'25평기준 100% 복구 해주겠다'는 속초 시장의 말을 믿기 어렵다"며 불안정한 복구 지원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표했다.

또 다른 주민은 "마을 주민들이 산불로 인해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재산 피해 규모를 재대로 파악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주민들이 충격에서 돌아오면서 뒤늦게 피해 사실을 인지하기도 한다"며 "다시 한번 피해규모를 점검하는 등 행정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속초시는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 중앙재난피해합동조사단과 피해 시설에 대한 현지조사를 완료했다.


시는 이날을 장천마을을 시작으로 이달 말까지 사진마을~속초고교(영랑동 12통 지역) 일원, 학사평~영랑호 구간 등 3개 구역 복구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철거에는 관내 9개 철거 용역업체와 굴삭기 120대, 덤프트럭 70여대 등 중장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육군 102기갑여단도 이날 장병 60명, 굴삭기 2대를 농사시설 복구작업에 투입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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