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탑다운·이른 합의 '먹구름'..회의감 커지나

      2019.04.18 15:53   수정 : 2019.04.18 15:53기사원문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는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전히 정상회담을 통한 '탑다운 방식' 해법, '이른 합의(early harvest)'를 강조하고 있지만 북미대화 교착국면이 지속되고 있고 돌파구가 될 남북정상회담 역시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북한은 지난해 가동됐던 '남북미 비핵화 대화 틀'에서 벗어나 기존 우방국인 중·러와 관계 개선에 나서며 대응에 나서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서두를 필요가 없다"면서 탑다운 해법은 물론 신속한 대화재개 자체에 관심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가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를 유도하기 위해 내세웠던 북미간 충분히 좋은 거래를 뜻하는 '굿 이너프 딜' 역시 지난 1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반향을 일으키는데 실패한 것으로 보이고 현재는 언급도 잘 되지 않을 정도로 사장돼가고 있다.



물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나 트럼프 대통령 모두 북미정상회담의 개최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지난 2월 말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미가 원하는 카드가 모두 나온 만큼 다시 열리는 정상회담의 확실한 결론을 필요로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또 한 번 '노딜'이 펼쳐질 경우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데 재선을 앞두고 무리수를 둘 필요가 현실적으로 없다.
김 위원장도 대북제재를 완화하거나 면제받으려면 정말 핵을 내려놓아야하는 쉽지 않은 결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과 정부가 꺼져가는 비핵화·북미대화의 불씨를 살려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이 같은 현실론에 가로막히고 있는 셈이다. 특히 4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을 설득해 북미대화를 재가동하려고 했던 문 대통령은 현재 대북특사조차 북한에 보내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큰 영향을 주는 미 의회는 원래부터 비핵화에 대해 비관적이었다. 게다가 하노이 담판마저 노딜로 끝난 이후에는 정상회담이 전가의 보도가 아니며 북한의 태도변화가 있기 전에 섣불리 탑다운 방식 전략을 펴는 것은 무리라고 보고 있다.

반면 북한은 정반대의 입장이다. 미국이 변해야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의 태도변화를 전제로 연내 북미정상회담을 다시 할 수 있다면서 공을 미국으로 넘겼다.

문 대통령이 장소와 형식에 상관하지 않고 김 위원장을 만나겠다며 남북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드러냈고, 미국과 탑다운 방식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필수적이라는데 합의했다고 하지만 북한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북한이 핵을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는 추가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미간 입장이 팽팽하게 대치된 가운데 사실상 정부의 굿 이너프 딜이나 이른 합의 모두 성과를 내지 못하게 된 셈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굿 이너프 딜·이른 합의' 모두 미국의 양보를 전제로 한 것이고, 설령 미국이 이 제안에 따른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수용할 지도 보장할 수 없어 가능성이 낮은 논리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 센터장은 "지난해 6월 1차 북미정상회담이 펼쳐진 이후에는 우리 정부라는 채널을 통하지 않고 북미가 직접 대화를 했고, 미국과 북한이 서로 자기의 이야기만을 하는 '포스트 하노이' 현 상황에서는 우리 정부의 역할은 더욱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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