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인수하면 '만세', 삼성은 '글쎄?'..벤처 생태계의 현주소
2019.04.20 08:31
수정 : 2019.04.20 08:31기사원문
민간 싱크탱크인 (재)여시재가 지난 17일 국회에서 개최한 ‘대전환의 시대, 산업의 방아쇠를 당기자’ 2차 대토론회에서는 ‘기업인수합병(M&A)를 통한 개방형 혁신’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토론회는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이 좌장을 맡았다.
여시재 측은 "연구개발(R&D)라는 기업 내부 혁신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보고, 외부의 기술혁신 성과를 끌어당기는 M&A야말로 미래 산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라고 토론회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M&A는 장기간 버티기 힘든 창업벤처들의 신기술에 출구를 열어주고 더 큰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며 "이른바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시재는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 시스템을 '병목현상' 또는 '동맥경화'로 진단했다. 2000년대 1차 벤처 붐 때는 상장을 통해 자본을 끌어모았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시재 관계자는 "우리 산업의 활력이 떨어진 문제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법률적 제도적 한계"라고 지적했다.
주제발제에 나선 전병조 전 KB 증권 사장은 벤처 생태계 활성화 해법으로 기업에 벤처 투자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벤처가 상장을 하려면 평균 13년 정도 걸리는데 벤처캐피탈 입장에선 그 시간을 기다릴 수 없다”며 “그런데도 M&A를 통해 돈이 회수되는 비율이 단 3%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M&A 활성화로 출구를 열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패널 토론자인 이광재 여시재 원장은 ‘개방형 혁신 체제’로 서둘러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이 원장은 “(벤처 기업이) 구글에 M&A 당하면 만세를 부르고, 삼성이나 SK에 M&A 당하면 왜 물음표가 달리겠느냐”며 "이 문제를 돌아보는 데서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업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관련해 수 천억원씩 투자하는데 그 일은 정부가 하고 기업들은 그 돈을 벤처 육성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파격적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벤처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기업주도벤터캐피탈 허용’, ‘M&A 지원센터와 중재원 신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 한국 자금 출자’ 등 혁신적 제안들도 나왔다.
한편, 여시재는 5월 15일 3차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