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독립운동가에 최고 예우"...카자흐서 유해 봉환 직접 '주관'
2019.04.21 21:21
수정 : 2019.04.21 21:21기사원문
【알마티·누르술탄(카자흐스탄)=김호연 기자】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머나먼 이국땅에서 생을 마감하신 독립운동가들을 최고의 예우로 보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카자흐스탄의 수도 누르술탄에서 현지에 안장되어 있던 계봉우·황운정 지사의 유해 봉환식을 직접 주관하고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추모사에서 "독립운동가 한분 한분을 기억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의 긍지와 자부심을 일깨우는 일"이라며 "미래를 열어갈 힘을 키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카자흐스탄 애국지사 유해 봉환 사업은 2017년부터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일환으로 추진됐으며, 문 대통령 순방을 계기로 대통령 주관 행사로 치르게 됐다. 역대 대통령 중 국외 현지에서 독립유공자 유해 봉환식을 직접 주관하는 것은 문 대통령이 최초다. 앞서, 문 대통령은 2017년 광복절 계기 독립유공자 등 청와대 초청행사에서 "해외 독립유공자 유해 봉송 의전을 격상하고 지원도 확대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해가 봉환되는 계봉우 지사는 함경남도 영흥 출신으로 1919년 중국 상하이에 임시정부가 수립되자 북간도 대표로 임시의정원 의원으로 활동했고, 독립신문에 독립정신을 고취하는 글을 게재했다. 1937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후에도 민족교육에 전념해 조선문법, 조선역사 등을 집필했으며 정부는 1995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황운정 지사는 함경북도 온성 출신으로 1919년 함경북도 종성과 온성 일대에서 3·1운동에 참가했다. 이후 러시아 연해주에서 무장부대의 일원으로 선전공작을 통한 대원 모집과 일본군과의 전투에 참여했고, 정부는 2005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봉환식에서는 두 애국지사뿐만 아니라 배우자까지 모두 4위의 유해를 유가족과 함께 대통령 전용기(2호기)로 모셨다.
청와대 관계자는 "카자흐스탄은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항일 무장투쟁을 펼치던 독립운동가들과 그 후손들이 정착한 소중한 인연이 있는 곳으로 이번 유해 봉환식을 계기로 신북방정책의 핵심 협력 대상 국가인 카자흐스탄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더욱 돈독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유해 봉환을 환영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계봉우 지사의 증소녀인 계 이리나 씨는 봉환식에 앞서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재외동포 초청간담회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할아버지께서 고국으로 돌아가는 게 살아생전 꿈이셨다"며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는데, 이렇게 할아버지의 꿈이 이뤄져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가족들도 할아버지의 유해 봉환 소식이 무척 반가웠고, 또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대통령께서 CIS(독립국가연합) 내 고려인 동포들에게 신경을 많이 써 주시고 계신 데도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외 안장 독립유공자 유해 봉환사업은 1946년 민간차원에서 추진해오다 1975년부터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시행하고 있다. 계봉우·황운정 지사를 포함해 지금까지 9개국 총 141위의 독립유공자 유해가 국내로 봉환됐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