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점 앞’ '잘못이나 실수'..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만 알았던 정답
2019.04.24 15:17
수정 : 2019.04.24 15:17기사원문
숙명여고 시험문제 및 정답 유출 의혹과 관련, 당시 쌍둥이 딸들이 정답을 미리 알고 썼다는 정황이 담긴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24일 김정훈 노컷뉴스 기자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이번 사건의 내막을 잘 아는 취재원으로부터 더 이상 부인하기 어려운 새로운 결정적인 증거들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김 기자는 “(당시 시험 문제에서) 정답지를 제출한 교사가 실수로 문제와 답이 딱 떨어지지 않게 미리 제출해 놓았는데, 오로지 쌍둥이 딸만 그 어색한 답 그대로 적었다”면서 “(쌍둥이 딸들이) 미리 본 답을 그냥 써넣은 게 아니라면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라고 밝혔다,
그는 몇 가지 시험 문제와 정답을 사례로 들었다.
여기서 대부분의 다른 학생들은 ‘가게’라고 적었다. 괄호와 이어진 조사 '와'와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쌍둥이 딸이 적은 답은 ‘상점 앞’이었다. 두 사람이 같은 답을 적어 낸 것도 놀랍지만, 조사 '와'와도 어색한 답이었다.
이에 그는 “놀라운 점은, 미리 출제자가 제출한 정답지엔 이 문제의 정답이 '상점 앞'으로 돼 있었다는 것”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쌍둥이 딸들이 어색한 정답을 적어낸 사례는 더 있다. 같은 일본어 시험에서 '스미마셍(すみません)'의 뜻 네 가지 용례를 나열하라는 서술형 문제에서, 쌍둥이 두 딸은 정답지와 순서도 똑같이 나열을 했으며 특히 정답 '잘못이나 실수’를 그대로 적었다. 이 역시 교사가 제출한 정답지에는 '잘못이나 실수' 이었다.
이에 대해 그는 “(이 문제에서) 다른 학생들은 '잘못'이라고 하거나 '실수'라고 썼다. 어떤 학생들은 '잘못했을 때 하는 말'이라고 쓰기도 하고 어떤 학생은 '실수했을 때 하는 말'이라고 쓰기도 했는데, 유독 두 딸만 '잘못이나 실수했을 때 하는 말'이라고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쌍둥이 중 한 명만 선택과목으로 택한 지난해 1학기 중간고사 생명과학1 서술형 5번 문제에선 세포 분열에 관한 문제를 증거로 들었다.
그는 “정답에 해당하는 문장은 서술형 "상동염색체 접합이 감수 1분열 전기에 일어난다"이다. 그런데 전 교무부장의 딸은 '상동염색체 접합이 감수 1분열 전기에 일어나기 때문이다'라고 썼다”면서 “'일어난다'가 아니라 '일어나기 때문이다'라고, 해당 문제는 원인이나 이유를 묻는 게 아니어서 '때문이다'라고는 답을 적을 수 없는데, 교사의 딸은 그렇게 적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전 교무부장의 딸은 출제자가 실수한 그 답을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적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정황이 담긴 증거가 경찰이나 검찰도 모른 채 재판에서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판에선) 여전히 시험지 위에 쓰인 깨알 같은 정답들, 복잡한 풀이의 흔적이 없는 정답 등을 두고만 공방을 이어갔다”면서 “수사를 했던 경찰이나 검찰도 앞서 말씀드린 사례를 구체적으로 모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심 선고가 그리 멀지 않았다. 이제라도 보다 철저한 진실 규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3일 자신이 근무하던 숙명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문제와 정답을 같은 학교 쌍둥이 딸들에게 미리 알려준 혐의로 기소된 A 전 교무부장(52·수감 중)의 재판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그의 딸 B양과 C양은 “실력으로 1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앞서 B양과 C양은 1학년 1학기 때 각각 문과 전교 121등, 이과 59등이었지만 2학년 1학기 때 둘 다 1등을 차지했다. 두 딸은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돼 가정법원 소년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