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카이스트 졸업생이 초신선 정육점 '정육각'을 차린 이유는?

      2019.04.24 18:30   수정 : 2019.04.24 18:30기사원문
"정육각 돼지고기는 잡내가 안납니다. 도축된 지 하루에서 4일 이내의 초신선 돼지고기만 판매합니다."
20대 중반의 한 카이스트 대학생은 미국 유학을 떠나기 전 제주도로 2주 동안 여행을 갔다.

이유는 단 하나. 좋아하는 돼지고기를 삼시세끼 먹기 위해서였다. '먹방' 여행 끝에 도축장에서 먹는 돼지고기 맛이 어떨지 궁금했다.
이 대학생은 도축장에 가서 25킬로그램의 돼지고기를 샀다. 친구와 나눠먹어도 많은 양이라 주변 지인에게 선물했다. 반응이 똑같았다. "잡내가 나지 않고 정말 맛있다"
농축산물 직거래를 하는 한 인터넷 카페에서도 소량을 팔아봤더니 반응은 더 폭발적이었다. 이 대학생은 지난 2016년 10월 도축한 지 하루에서 4일 이내의 초신선한 고기를 파는 '정육각' 대표가 됐다.

김재연 정육각 대표( 사진)는 배타적, 폐쇄적인 축산시장에서 '이단아'로 통한다. 정육각이 통상 돼지고기 유통기한을 대폭 단축해서다. 현재 마트에서 판매되는 돼지고기는 도축된 지 10일이 넘는다. 대형마트에서 떨이상품은 도축된 지 43~45일 된 돼지고기라고 한다. 김 대표는 "정상제품으로 파는 돼지고기 이력번호를 찍었을 때 (도축된 지) 7일 이하는 본 적 없다"면서 "초신선 돼지고기가 먹고 기절할 만큼 맛있지는 않지만 잡내는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정육각 소비자의 80%가 정육각 상품을 재구매한다. 정육각은 초신선 돼지고기 뿐만 아니라 당일 도계한 닭고기, 계란, 우유 등을 판매한다. 모두 '초신선'이 상품의 핵심 콘셉트다. 김 대표는 "당일 도계된 닭고기에서도 냄새는 나지 않는다"면서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생산해서 세절해서 소비자에게 발송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도 정육각 설립 초기에 돼지고기를 직접 썰었다. 주문량이 폭발하자 새벽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썰어도 주문량을 소화하지 못했다. 이 같은 판매 데이터를 모아 투자를 받았고, 대전에 공장을 지었다. 현재는 경기도 성남시에 공장 한 군데를 직접 운영하고, 대다수 인력은 서울에서 개발과 디자인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초신선 돼지고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정보기술(IT) 역량을 결합했고, 축산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김 대표는 "사실 배타적이고 담합이 강한 축산업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시작하지 못했을 것"라면서 "축산시장을 혁신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 '내 입맛에 맞는 돼지고기를 만들자'가 목표이기 때문에 소비자를 위해 초심을 잃지 않고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정육각의 성장세는 유명세를 고려하면 더딘 편이다. 이는 김 대표가 상품 확장에 따른 외형 성장보다 품질 관리 등 내실에 우위를 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올해부터는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그는 "매달 15~20%씩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올해는 매출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10배 성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르면 내달, 늦어도 6월에는 정육각 애플리케이션도 출시한다. 이 역시 소비자가 원해서 개발 중이다.
김 대표는 "소비자가 만족하는 서비스를 탄탄하게 만들어서 대대손손 서비스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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