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위험하다면 안전한 방법 찾아주는게 정부 할 일”
“5세대(5G) 이동통신과 사물인터넷(IoT) 기반 초연결사회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각종 해킹과 신원인증 오류 등 보안 문제는 결국 블록체인 기술로 풀어야 한다. 기업들은 각각의 밸류체인에 블록체인‧암호화폐 같은 새로운 개념을 접목해야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과 국내 각 지자체들이 관련 법‧제도가 미비하고 규제가 불확실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과 서비스 도입에 주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정부는 블록체인‧암호화폐를 기피대상으로 몰아붙여 산업을 키울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
■블록체인은 기술·암호화폐는 비즈니스…선순환 이뤄야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 공동대표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파이낸셜뉴스 블록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민간 기업들이 블록체인‧암호화폐 같은 신시장을 공략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면 자체 연구개발(R&D)은 물론 자금과 인재를 동원해 새로운 생태계를 이룰 것”이라고 전제하고 “하지만 지금은 정부가 묵시적으로 만든 규제 장벽 때문에 산업이 고사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블록체인 산업 진흥을 외치고 있는 한편에서 법무부와 금융위원회 등 다른 부처는 암호화폐공개(ICO) 전면금지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발급 차단 입장을 고수하며 엇박자를 내는 것은 ‘정책 리더십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송 의원은 “블록체인은 기술이고 암호화폐는 그 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라며 “기술 발전을 위한 핵심동력인 비즈니스를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피아노 연주기법을 열심히 배우고 실력을 키우라고 하면서 정작 외부 연주회는 못나가도록 막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물론 이전에는 없던 산업이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 검증이 더 필요하고 암호화폐의 뒷모습도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길거리에 범죄자가 많이 다닐 것 같아 위험하다면 그 길에 가로등과 방범대를 세워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해야지, 길목을 막고 무조건 길거리에 다니지 말라고 금지하는 것은 국가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정책 지원·규제 완화·민간 투자 활성화’ 3박자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에서 1년가량 활동하고 있는 송 의원은 현 정부의 블록체인‧암호화폐 정책 대응을 ‘마이동풍’이라고 진단했다. 2017년 9월 모든 형태의 ICO를 전면금지한 채 손을 놓고 있는 행정부에게 이듬해 5월, 투자자 보호 대책 마련을 전제로 ICO를 허가해야 한다는 내용의 입법·정책 권고안을 내놓았지만 별다른 후속조치가 없다는 지적이다.
송 의원은 “한국은 2년 전만 해도 블록체인 산업을 선도할 잠재력이 큰 국가였다”며 “하지만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 속에 우수 인력과 자본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고 그 과정에서 블록체인 생태계의 핵심인 비즈니스는 사장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최소한 프라이빗 블록체인(허가형 분산원장)부터라도 기반을 마련해 인재와 기술을 내재화할 수 있도록 ‘블록체인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안’을 내놓았다”고 발의 취지를 전했다. 이 제정안에는 △블록체인 산업진흥을 위한 정부‧지자체의 종합계획 수립 및 재원확보 방안 마련 △기술개발 촉진 지원 △표준화 추진 △지식재산권 보호 △전문 인력 양성 △창업활성화 지원 △블록체인 진흥단지 지정 및 조성 △세제지원 등 블록체인 생태계 육성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근거가 담겼다.
아울러 송 의원은 블록체인 기반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이나 기존 비즈니스를 블록체인‧암호화폐와 접목하고자 한 업체가 필요한 자금을 모을 수 있도록, 크라우드 펀딩 투자한도를 완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이달 중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현행법상 1000만원인 개인투자자의 크라우드 펀딩 연간 누적 투자 한도를 적격투자자(연간 소득 2억 원 이상)에 한해 2000만원과 소득 10% 중 높은 금액을 선택해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송 의원은 “블록체인 산업 구조를 개선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것과 함께 기관 및 민간 투자자 활성화도 매우 중요한 아젠다”라며 “저금리 시대에 소득의 일부를 크라우드펀딩에 투자하도록 하면 시민의 힘으로 관련 산업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스타트업‧벤처들도 국책과제 하나에 매달리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투자를 받아서 지속가능경영을 유지하도록 적격투자자 제도 도입도 함께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