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 "공수처, 누가 견제하나…법·검·경 무릎 꿇어야"
2019.05.02 15:23
수정 : 2019.05.02 15:55기사원문
"견제는 고사하고 무릎 꿇게돼"…패스트트랙 지정 비판
"정치적 완충장치 없어…국가기관 신설 신중해야"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현직 부장판사가 검·경수사권 조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자 "국가기관을 새로 만드는 문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비판했다.
김태규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는 2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공수처를 바라보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오랜 역사적 과오와 학문적 숙고를 거쳐 정비된 형사사법절차 안에 난데없는 이질분자가 만들어질 형국"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김 부장판사는 "(공수처에) 독자적 수사권에 기소권까지 부여할 모양인데, 그 수사의 주된 대상이 고위직 경찰공무원, 검사, 법관이면 이 세 조직은 공수처 견제는 고사하고 그 신생조직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며 공수처를 견제할 세력이 없게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으로부터의 완충장치도 없어 정치적 입김이 그대로 이 수사기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오히려 그 구성에 선출직 공무원인 대통령이나 국회가 상당 부분 관여할 수 있도록 정한 모양이라 정치적 열기의 전도율이 현저히 높다"고 주장했다.
또 "‘고위공직자의 부패를 처단한다’고 하면 대중은 환호할 수 있으나, 이러한 명분에 지나치게 천착하면 다분히 선동적일 수 있다"며 "공수처의 의중이나 기준이 그 여론의 물리력보다 과연 약할지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 부장판사는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비판한 문무일 검찰총장의 발언에 대해 "혹시 미운털이 될까 지레 겁을 먹은 탓인지 별말이 나오지 않는데, 후과가 무엇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법조의 어른으로서 보이신 그 용기에 감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