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없애달라 국민청원' 분노인가, 민의인가?

      2019.05.02 17:29   수정 : 2019.05.02 17:29기사원문

지난달 22일 시작된 '자유한국당 정당해산' 청원은 게시 10일만에 160만명이 넘는 인원이 동의를 표했다. 사상 최대 참여 인원이다. 이에 '맞불'로 게시된 더불어민주당 정당해산 청원도 4일만에 27만명을 넘기며 답변 요건을 충족했다.



자유한국당 정당해산을 요구하는 청원 게시물이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 개설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내용의 적절성에 대한 시비가 일고 있다. 청와대의 권한 밖에 있는 '없애주세요 청원'의 부작용에 대한 지적이다.


'난민신청허가 폐지' '동성애축제 반대' 등의 일부 혐오 정서에 기댄 청원도 요건을 충족해 청와대가 직접 답변에 나서기도 했다. 청와대도 문제 해결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새로 만들었으나, 강제성이 없어 효과는 떨어진다.

반면 다양한 논의가 공감을 모으는 것 자체를 국민의 목소리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치권이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창구 역할로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靑 권한 밖 '없애주세요 청원', 관계자도 우려

2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따르면 답변 요건을 충족해 대기 중인 게시물 6건 중 3건이 청와대 권한에 벗어나는 '폐지 요청' 청원이었다.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 외에도 '연합뉴스 재정보조금 폐지 요청' 청원은 35만명 가까운 동의가 몰렸으며, '더불어민주당 정당해산 청구'(약 28만명)도 최근 답변 요건을 충족했다.

답변이 완료된 청원 가운데서도 'TV조선 종편 허가 취소(약 24만)', '김경수 지사 재판관련 판사 사퇴 요청(약 27만)' 등 일방적인 주장이 담긴 게시물도 있었다.

일부 청원에 대해, 국민청원 게시판이 '혐오의 공간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가 개입할 수 없는 청원과 혐오 정서가 포함된 게시물로 인해 원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1월 발간한 '청와대 국민청원의 개선방안'을 통해 △특정 국가대표 선수에 대한 대표 자격 박탈 청원 △일부 연예인들을 사형시켜달라는 청원 △스페인 축구리그의 한 선수를 형사 처벌해 달라는 청원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단어만 나열한 청원 등을 과도한 비난성 청원이나 혐오적 표현을 담은 사례로 소개했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여성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논란 관련 청원이 올라왔던 지난해 2월, 고민정 당시 청와대 부대변인은 "청원 게시판이 분노의 배출창구, 인민재판소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청원, 민의로 참고해야"

이와 달리 청와대의 권한 밖에 있는 청원이라도, 민의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청원 사이트를 국민이 어떤 목소리를 내고 싶어하는 지 듣는 도구로 이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 네티즌은 댓글을 통해 "(청원에) 참여했지만 불가능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며 "다만 민심을 읽으라는 뜻에서 청원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직장인 최모씨(32)는 "(정당 해산 청원은)국회가 하는 일을 보니 답답해서 당연히 (해산이) 안 되는걸 알면서도 참여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치권이 국민의 뜻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주제의 청원이 등장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대의제인 국회가 민의를 수용하지 못다고 있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에 국민청원에 인원이 몰리는 것"이라며 "정치권은 국민청원의 부작용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반성해야 하는 대상"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 부작용도 나타나는 것도 사실이나, 국회가 다양한 계층을 대변할 수 있어야 문제도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청와대도 부적절한 청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에 나서고 있다.


청와대는 '자주 묻는 질문(FAQ)' 게시물을 통해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입법부·사법부의 고유 권한과 관련된 청원, 지방자치단체 고유 업무에 해당하는 내용, 허위 사실로 밝혀진 청원, 차별 및 비하 등 위헌적 요소가 포함된 청원에는 답변이 어려울 수 있다'고 명시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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