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구조조정 무산 후 'P플랜' 신청한 첫 회생기업 나와

자율구조조정(ARS) 절차를 진행한 후 사전회생계획안(P플랜)을 제출한 첫 회생기업 사례가 나왔다.

ARS란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보류한 기간에 종전처럼 영업하면서 채권자들과 구조조정 문제를 협의하는 제도를 뜻한다.

자율적 구조조정 합의에 실패했더라도 그 과정에서 협의한 사항을 그대로 활용하는 방식이어서 향후 회생절차의 신속성을 높일 모델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8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11부(부장판사 김상규)는 전날 경영난을 겪고 있는 광학렌즈 제조업체 동인광학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내렸다.

동인광학은 지난해 10월 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하면서 ARS 절차 진행을 함께 희망했다.

회생법원은 당시 동인광학에 대해 보전처분 및 포괄적금지명령을 내린 후 이듬해 4월 말까지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보류하고, ARS 절차를 진행해왔다.

이 기간 동인광학은 3차례에 걸쳐 회생절차협의회를 개최하며 자율적 구조조정에 대해 합의했다.

동인광학은 지난해 11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의한 공동관리절차를 신청해 이듬해 2월까지 △채권행사 유예 △계속기업 존속능력 평가를 위한 용역의뢰 등의 내용을 담은 '제1차 금융채권자 협의회 결의사항'이 가결됐으나 지난 3월 제2차 금융채권자 협의회 결의가 부결돼 공동관리절차가 중단됐다.

기업개선계획이 가결되진 않았으나 동인광학은 ARS 절차를 통해 협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사전계획안을 작성하고, 채권자들의 동의를 받아 지난 2일 사전계획안을 회생법원에 제출했다. 공동관리절차에서 제출된 실사보고서도 사전실사보고서로 제출됐다.

이에 따라 회생채권자·회생담보권자·주주 등의 목록 및 관리인 조사보고서의 제출이 생략되고, 회생계획안 제출기한도 개시결정일로부터 24일 후로 지정돼 회생절차 기간이 단축됐다.

회생법원은 앞서 구조조정을 위한 협의가 이미 진행됐으므로 조사위원에게 사전계획안의 청산가치 보장 여부 및 수행가능성 여부에 관해서만 조사를 명령했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이번 사례에 대해 "동인광학은 ARS 절차의 진행을 통한 자율적 구조조정합의에는 실패했지만, ARS 절차 진행 중 채권자와의 협의된 바를 바탕으로 P플랜 절차를 신청한 최초 사건으로 향후 하이브리드 구조조정절차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회생계획안 제출기한이 개시결정일로부터 24일 후로 지정돼 단시간 안에 정상기업으로 복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P플랜에 따른 회생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경우 동인광학은 개시 후 2개월 이내에 회생계획인가결정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