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한지성, 고속도로 한복판에 차량 세운 후 10초 만에 그만
2019.05.10 07:00
수정 : 2019.05.10 10:38기사원문
(김포=뉴스1) 정진욱 기자 = 여배우 고(故) 한지성씨(28)의 의문의 교통사고를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사고 발생 시간대가 새벽이라고는 하지만 통행량이 적지않은 고속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운 것부터가 미스터리다. 도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경찰 수사 등을 통해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사고 당일 한씨 부부의 행적을 추적해 봤다.
한씨는 6일 오전 3시 52분쯤 인천 영종도에서 남편과 함께 지인들과 술자리를 함께한 후 벤츠 승용차를 운전해 인천공항고속도로를 주행 중이었다.
개화터널 입구 100m를 앞두고 조수석에 타고 있던 남편이 갑자기 소변이 마렵다고 하자 한씨는 편도 3차선인 고속도로 2차선에 차를 세운다.
남편은 조수석에서 내리자 마자 소변을 보기 위해 차선 1개를 가로질러 난간을 넘었다. 한씨는 비상등을 켜고 차량에서 내린 뒤 차량 뒤쪽으로 걸어가 선 채로 몸을 비틀고 허리를 숙이는 행동을 취했다.
이때 스포티지 한대가 한씨 남편이 도로를 가로지르는 것을 보고 3차선에 정차했고, 이어 3차선에서 뒤따라오던 택시가 스포티지를 피해 차량 방향을 왼쪽으로 틀면서 2차선에 있던 한씨를 들이받았다. 이 충격으로 튕겨져 나간 한씨는 1차선을 달리던 올란도 차량에 또 한차례 충격을 받게된다. 이 모든 상황이 한씨의 남편이 소변을 보기 위해 고속도로 난간을 넘은 후 10초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한씨는 의식과 호흡이 없었고, 머리에는 출혈이 발견돼 이대서울병원으로 이송됐다. 구조대는 병원으로 이동하면서 한씨를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고속도로순찰대는 병원에 있는 한씨 남편을 상대로 1차 조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씨 남편은 당시 조사에서 "술을 마셨다"고 말했다.
차를 2차로에 세운 이유에 대해서는 "화장실이 급해 차를 세우고 고속도로 가드레일을 넘어 인근 화단에서 볼일을 보고 돌아와 보니 사고가 발생했다"고 진술했다. 한씨가 술을 먹었냐는 질문에는 "보지 못했다"고 했다.
사고 영상 CCTV를 확인해 보면 한씨의 남편은 사고가 발생한 후 고속도로 가드레일 난간을 넘어 사고 현장으로 오는 것이 목격됐다.
한씨 남편은 경찰 추가 조사에서 한씨가 2차로에 차를 세운 이유를 묻자 "모르겠다"고 답했다.
한씨를 들이받은 택시기사 A씨(56)와 올란도 운전자 B씨(73)는 경찰조사에서 "차량과 사람이 있어 피하려다 한씨를 충격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두 사람을 입건한 상태다.
국과수에 따르면 한씨의 사인은 차량 충격으로 인해 온몸에 다발성 손상이 있다는 1차 구두소견을 경찰에게 전달했다. 남편은 술을 마셨지만, 한씨의 음주여부는 국과수 부검결과가 나오는 2~3주 후에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