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대림마저 중국산 수입해 보조금·유통마진 '꿀꺽'
2019.05.10 07:01
수정 : 2019.05.10 09:53기사원문
[전기이륜차 육성 헛발질⑤]100만원대 중국산 400만원 뻥튀기
업계 "중국산에 대림 브랜드만 달아…해도 너무해"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국내 이륜차 업계 1위 대림오토바이가 중국에서 수입한 저가 전기이륜차 유통을 확대하면서 비판을 사고 있다. 국내 1위 기업이 중국산 제품수입 과정에서 챙길 수 있는 정부 보조금과 유통마진을 노리고 단순 수입에 주력해 시장 혼란 및 국부유출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림오토바이는 9년 전 전기이륜차 개발을 위해 8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지원받았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자 중국 저가제품 수입으로 폭리만 취하고 있어 단순 수입업자들도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대림오토바이가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 재피(Zappy)는 중국 종쉔(宗申)의 전기차 브랜드 CINECO T3를 수입한 제품이다.
대림은 중국 종쉔과 개발단계부터 협력했다고 하지만 재피에는 중국산 배터리가 달렸다.
전략적 파트너를 맺은 종쉔과 협업을 유지해왔고 배터리 폭발방지 사양 추가 및 프레임을 내수 기준에 맞게 업그레이드했다는 게 대림 해명이나 기본적으로 종쉔의 제품을 베이스로 두고 있다.
업계가 재피를 중국산 수입 전기이륜차로 보는 이유다. 종쉔의 CINECO T3는 현지에서 소매가 177만원가량에 판매된다.
단순 수입업체들도 재피의 품질에 의문을 드러낼 정도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재피 내부를 뜯어보니 현지의 값싼 제품으로 채워졌다"며 "국산 제품인 척 하면서 보조금을 받아가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림오토바이가 단순 수입제품에 대림 브랜드를 달아 유통을 확대하며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전기이륜차를 수입하거나 생산하는 업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과정에서 대림오토바이는 전기이륜차 보조금으로 수입비용을 보전 받고 유통마진까지 챙겨왔다.
CINECO T3와 재피는 배터리 용량(2160Wh) 등 대부분 스펙이 같지만 가격 차이가 크다. 재피의 국내 판매가는 중국 소매가 177만원의 2배가 넘는 395만원이다. 모터와 프레임을 개선했다고 하지만 배 이상의 가격 차이가 날 이유가 없다.
국비와 지방비를 더해 230만원의 보조금을 반영한 실제 판매가는 165만원이다. 저가제품 수입비용을 보조금으로 보전 받아 놓고 한국 판매가는 뻥튀기해 유통마진을 이중으로 챙겼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는 생산원가를 감안하지 않은 기형적인 보조금 정책이 만들어낸 편법이기도 하다.
물론 대림오토바이도 할 말은 있다. 이 회사는 국내에 이륜차 제조설비를 갖춘 몇 안 되는 업체 중 하나다. 그런데 수년 전 부터 중국의 저가공세와 일본, 독일 등 고급 브랜드와의 경쟁에 밀려 어려움을 겪었다.
모회사인 대림산업은 오토바이 사업이 부진을 거듭하자 2017년 대림자동차공업 이륜차 사업부를 KR모터스에 매각하려 했다 인수 가격 문제로 실패한 전례가 있다. 이후 이륜차 사업부를 인적 분할해 설립한 게 대림오토바이다.
실적부진이 거듭되자 대림오토바이는 중국 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단순 수입한 제품에 국산 브랜드를 달아 판매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덕분에 국내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은 10억3800만원에 불과하다.
중국산 수입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수입한 중국산 제품에 대림 브랜드를 달아 국산으로 오해할 여지를 만든 뒤 환경부 보조금 제도를 이용해 가장 많은 이득을 거두면서 비판을 자초했다.
같은 방식으로 보조금 및 유통마진을 챙겨온 수입업자들은 그래도 중국산이라는 사실을 알리긴 했다. 그 나물에 그 밥이긴 하지만 유독 대림오토바이에 대한 불만이 높은 배경이다.
국내 전기이륜차 A업체 관계자는 "중국제품을 들여와서 판매하는 수입업체들보다 한국제품인 척하면서 보조금을 받아가는 행태가 더 괘씸하다"며 "대림이라는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해 출시가격은 높게 책정해 놓고 가장 높은 마진을 남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기이륜차 개발에 예산을 지원받고도 중국산을 수입해 폭리를 챙기고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대림은 지난 2010년 LG이노텍, 성균관대 등과 '대림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체국의 집배용 오토바이를 전기이륜차로 전환하는 사업의 개발 사업자로 선정됐다. 당시 3년간 78억4100만원의 사업비 지원을 받았지만 자체 제작한 전기이륜차 모델을 선보이지 못 하고 있다.
C업체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은 전기이륜차 시장에 10여년 전부터 뛰어들어 어려움 속에서도 국산화를 위해 기술개발을 하며 시장 개화기를 기다렸다"며 "대림처럼 규모 있는 회사가 국가에서 사업비까지 지원받아 놓고도 보조금만 노리고 수입에 의존하면서 국내 산업기반 붕괴와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