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유조선 피습...유가 다시 휘청

      2019.05.14 16:21   수정 : 2019.05.14 16:21기사원문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을 포함해 유조선 4척이 사보타지 공격을 받으면서 국제유가는 크게 흔들렸다. 미국의 추가 경제제재로 이란이 맞대응을 선언하고, 이에 대해 미국은 항공모함, 폭격기 등을 이 지역으로 급파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유조선 4척까지 피해를 입었다. 베네수엘라 위기, 리비아 내전, 이란 석유금수 조처 등으로 국제 석유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세계서 가장 중요한 유조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사고가 터지면서 유가 흐름도 불안하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이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세계 경제는 유가 폭등 가능성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과 마주하게 됐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12일 사우디 유조선 2척, 노르웨이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유조선 각 1척 등 모두 4척의 유조선이 사보타지 공격으로 피해를 입었다.
피해를 입은 사우디 유조선 가운데 한 척은 최대 220만배럴을 선적할 수 있는 초대형유조선(VLCC)이다.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은 유조선들이 페르시아만을 막 지나가려고 준비하던 순간에 사보타지 공격이 있었다고 전했다.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석유장관은 사보타지 공격이 있었다면서 이 공격으로 "(사우디) 유조선 2척이 심각한 구조적 손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유조선을 누가 공격했는지는 알 수 없다. 미국의 추가 경제제재를 강력히 비난하면서 맞대응을 선언한 이란도 용의선상에서 벗어나 있다. 이란은 미 추가 제재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흘려왔다. 그러나 이란 최대 맞수인 사우디도 이날 이란에 화살을 돌리지 않았다. 이란 외교부의 아바스 무사비 대변인은 "끔찍한" 사건이라면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사건들은 해상수송의 안전성에 부정적인 충격을 줘왔다"고 강조했다.

WSJ에 따르면 노르웨이 유조선에는 폭파 흔적으로 보이는 구멍이 뚫렸고, 사우디 유조선 2척은 기우뚱하게 기울었다. 전세계 액화천연가스(LNG)의 3분의1, 석유의 20%가 움직이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긴장이 높아지는 것이 확인되자 유가는 일시적으로 폭등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지난주말보다 2.70% 폭등한 배럴당 72.53달러에 거래됐고,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58% 급등한 배럴당 63.25달러로 뛰었다. 다만 미중 무역전쟁이 봉합 기대와 달리 격화된데 따른 충격으로 세계 경제둔화와 석유수요 위축 전망이 나오면서 유가는 하락세로 돌아서 1%대 약세로 마감하는 급변동을 나타냈다.

호르무즈 해협은 매우 위험한 상황에 노출돼 있기는 하지만 가장 안전한 항로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두바이의 컨설팅업체 카마르 에너지 최고경영자(CEO) 로빈 밀스는 이 곳 해상에서 유조선이 공격받는 일은 매우 드물다면서 "보안이 삼엄한 곳"이라고 말했다. 예외가 있기는 했다. 2010년 일본 유조선 한 척이 폭탄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알카에다를 지지하는 테러리스트 그룹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사우디와 UAE 모두 사건 관련 내용을 자세하게 공개하지 않아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UAE는 미국에 사건조사를 요청했고, 이 지역에 항모를 급파한 미국은 사고 원인을 조사할 팀을 파견하기로 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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