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수익 선순환 모델 제시 ‘착한기업’ 제주 김녕미로공원

      2019.05.21 11:29   수정 : 2019.05.22 13:44기사원문

[제주=파이낸셜뉴스 좌승훈 기자]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김녕미로공원(대표 김영남·41)은 국내 첫 미로공원(Maze Park)이다. 제주대학교 관광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미국인 프레드릭 더스틴(Frederic H. Dustin)이 '제주역사기행'을 주제로 1995년 만들었다. 김녕미로공원이 성공사례로 자리매김되면서 제주지역만도 유사 미로 공원이 14개나 생겼지만, 연간 30만명이 찾아드는 국내 대표 미로공원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김영남 대표는 김녕리가 고향이다. 대학 재학 때 고향에 내려와 김녕미로공원 매표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게 김녕미로공원과 첫 인연이다.
김 대표는 이후 매년 방학 때마다 이곳에서 일했다. 병역을 마치고 대학 4학년 때인 2004년 창업자인 더스틴 교수의 뜻을 받들어 대표가 됐다.



■ 2003년부터 수익금 대부분 지역 환원


더스틴 교수는 제주관광의 오랜 난제였던 관광수익 선순환 모델을 제시했다. “제주도에서 발생한 관광수익은 제주도에 머물러야 한다”며 “지역의 관광수익이 외부로 반출된다면, 지역 주민들의 삶은 윤택해지기 어렵다”는 게 그의 신념이자 철학이었다. 지난해 5월 향년 88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그였지만, 김녕미로공원 여전히 지역에서 착한기업의 대명사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김녕미로공원은 수익금 대부분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특히 교육·장학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선 제주대학교에 대해 수익을 처음 내기 시작한 2003년부터 매년 발전기금을 기탁하고 있다. 외국인 기금교수 재원으로 9200만원, 외국인 유학생·교류학생 장학금과 외국인 교수 연구비로 7억7076만원을 전달하는 등 지금까지 총 8억6276만원을 지원했다.


김녕리 노인대학에도 매년 1000만원을 기탁한다. 지금까지 1억3000만원 가량 전달됐다. 김녕 초·중학교에도 매년 각각 100~200만원의 장학금을 내놓고 있다.

■ 산학협력 ‘앞장’…현장실습 기회 제공

아주대 컴퓨터공학부를 나온 김 대표는 공원 대표를 맡으면서 전공을 바꿨다. 제주대 관광경영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아 현재 제주대 관광경영학과 겸임교수로도 재직하고 있다. 김 대표는 특히 산학협력에 관심이 많다. 사람에 대한 투자는 더스틴 교수의 뜻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더스틴 교수는 학생들을 올바로 가르쳐 지역사회를 위한 일꾼으로 키워내는 걸 매우 중요시했다”라며 “기부만이 아닌 제주의 미래를 이끌 인재를 육성하는 것 역시 김녕미로공원을 통한 환원임을 강조했다”라고 회상했다.

김 대표는 여름방학 기간에 야간 개장을 하게 되면, 현장실습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공원 운영을 맡긴다. 학생들이 관광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공원 홍보·판매 업무를 직접 관장토록 함으로써 현장 교육효과를 높여 왔다. 이 기간에 발생하는 수익금도 전액 인건비와 대학발전기금으로 내놓고 있다.



■ 직원 모두 정규직…송객 수수료 없애


아울러 창업자의 뜻을 받들어, 공원 직원 14명 모두는 주 40시간 근무에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선 관광업계의 고질적인 병폐인 송객 수수료도 없다. 이 때문에 입장료가 20세 이상 성인을 기준으로 4400원이다. 다른 유사 미로공원보다 입장료가 훨씬 저렴하다.

김 대표는 “김녕미로공원의 가장 큰 특징은 기업이윤을 지역사회로 환원하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라며 “100년 후, 200년 후에도 기업이 존속돼 창업자의 뜻이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 국내 첫 미로공원 “늘푸른 미로 속으로”


김녕미로공원은 세계자연유산인 만장굴과 김녕굴 중간에 있다. 국내 첫 미로공원이자 이국적인 풍경 덕에 TV 예능프로그램과 CF 촬영지로 각광받아 왔다.

김녕미로공원은 세계적인 미로 디자이너인 영국인 애드린 피셔(Adrian Fisher)가 1983년부터 3년여의 노력 끝에 제주도의 역사를 상징하는 7개 상징물(고인돌·뱀·음양·조랑말·배·나침반·제주도)을 담아내 만든 작품이다.


미로의 영상은 제주도의 모양을 하고 있고, 동북아시아문명을 상징하는 음양문양과 초창기 제주섬사람들이 섬기던 샤머니즘 문화와 숭배 대상인 뱀도 형상화했다. 청동기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고인돌과 1270년 몽고인들이 제주도에 가져왔던 조랑말도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을 최초로 유럽에 알린 하멜이 제주에 표류했던 배의 모습도 형상화했다.

공원의 수벽을 이루고 있는 나무는 사계절 푸른 ‘랠란디(Leylandii)’다. 랠란디 나무의 향기는 사람의 정신을 맑게 해주고 심리적 압박감을 완화시켜주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Mihaly Csikszentmihalyi) 교수의 몰입이론(Flow Theory)에 의하면, 과제의 난이도가 개인의 기술에 적절할 때 몰입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미로가 3km이상 너무 길면 지루하고 걷는데도 힘이 들어서 재미가 없다. 반대로 너무 쉬워도 미로를 찾는 재미를 느낄 수 없디.

김녕미로공원은 대부분의 사람이 헤매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1km의 길이로 이루어져 있어서 방문객이 재미와 몰입, 즐거움을 쉽게 느낄 수 있도록 과학적으로 디자인된 미로공원이다.

또 3개의 구름다리와 전망대가 있어 관광객들에게 사진을 찍기에 충분하고 미로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입구에서 출구 까지는 총 4개의 길이 있다.

지도를 보고 잘 찾아 가면 5분 만에 나갈 수도 있지만 보통은 15분에서 20분, 헤매는 여행객들은 50분이 넘도록 못 나가는 경우도 있다.


이곳에는 고양미 마을도 있다. 50여 마리 야생 고양이가 자유롭게 살고 있다. 애묘인에게는 또 다른 매력이다.
김녕미로공원은 2016년 제주대 수의과대학과 야생고양이와 제주도민이 함께 공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한편 미로 바닥은 제주천연 화산석인 송이(scoria)로, 오염된 공기를 정화시키고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공원입구에는 친환경 어린이 놀이터도 조성돼 가족 나들이에도 안성맞춤이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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