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5·18 기념식서 받은 편지 무슨 내용 담았나

      2019.05.19 08:15   수정 : 2019.05.19 20:46기사원문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당시 가두방송을 했던 박영순씨의 두손을 잡으며 위로하고 있다. 이날 기념식에는 각계대표와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유족, 일반시민, 학생 등 5,000여 명이 참석했다. 2019.5.18/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1980년 가두방송 박영순씨 기념공연 후 편지 전달

(광주=뉴스1) 한산 기자 = 5·18민주화운동 제39주년 기념식이 열린 18일, 1980년 5월 당시 마지막 '가두방송'을 했던 박영순씨(60)가 기념공연에 나섰다.



박씨는 39년 전 '가두방송'을 하던 상황을 재현하고 당시 고등학교 1학년 신분으로 5월27일 새벽 최후의 항전에서 총상을 입고 사망한 고(故) 안종필군의 어머니 이정님씨 사연을 소개했다.

박씨는 이씨가 당시 몸이 아파 집을 나서는 안군을 붙잡지 못한 아쉬움과 지금까지도 아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내레이션을 통해 절절하게 전했다.


박씨의 내레이션이 끝나자 문재인 대통령은 박씨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어깨를 다독였다. 이때 박씨는 카드 모양의 편지를 꺼내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카드를 건네는 장면은 그대로 중계됐고 이 모습을 본 시민들은 박씨가 문 대통령에게 건넨 '카드'의 내용을 궁금해했다.

박씨는 기념식이 끝난 후 뉴스1과 통화에서 2~3초간 망설이다 "문 대통령에게 전달한 편지는 별 내용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거듭된 질문에 "간단한 이야기만 했다"며 "기념식에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 5·18의 진상을 꼭 규명해주시길 부탁드린다는 내용과 함께 생활고에 시달리는 5·18유공자들을 보살펴 달라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편지를 쓰게 된 이유에 대해 "문 대통령이 5·18 진상규명을 약속했지만 그후 2년 동안 자유한국당의 5·18 왜곡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한국당은 선거가 다가오자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로 망언을 계속 하고 있다"며 "아무리 정치적인 목적이 있더라도 이것은 국가폭력 희생자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고 국민들이 분열해 싸우든지 말든지 자기들 밥그릇을 찾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씨는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벌써 39년"이라며 "(대통령이) 진상규명을 약속했으면 40주년이 되기 전에는 들어가야 한다.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다 만들어졌지만 한국당이 출범도 못하게 방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18 유공자들의 생활고에 대해선 '오해'가 많다고 했다.

그는 "김순례 한국당 의원이 5·18 유공자들을 세금 잡아먹는 괴물 집단으로 표현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5·18 유공자 중 생활고로 돌아가신 분이 60여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박씨는 "5·18 유공자들이 1995년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10년 이상 취직을 할 수 없었다"며 "1980년 당시 날마다 끌려다니면서 맞고, 교도소 생활했다. 교도소까지 간 사람들이, 폭도로 매도당하던 사람들이, 감옥에서 나와 뭘 할 수 있었겠냐"고 되물었다.

그는 "저는 교도소 생활 끝내고 고문후유증 등으로 1년간 병원을 다녀야 했다"며 "지금까지도 당시 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숱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를 폭도로, 양아치로 만드는 한국당의 행태를 참을 수 없다"며 "대통령이 5·18 유공자들이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달라는 취지로 편지를 썼다"고 말했다.

계엄군의 집단발포가 있던 1980년 5월21일. 당시 대학생이던 박씨는 집으로 돌아가던 중 한 학생이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본 후 가두방송을 시작했다.


박씨는 계엄군의 진압작전이 임박한 5월27일 오전 3시 전남도청 방송실에서 5·18 마지막 가두방송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광주 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쳐들어 오고 있습니다.
모두 도청으로 나오셔서 계엄군의 총칼에 죽어가고 있는 시민들을 살려주십시오. 우리 형제 자매들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우리는 도청을 끝까지 사수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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