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본질은 여성범죄...핵심 내용 밝혀지지 않아"
2019.05.20 14:47
수정 : 2019.05.20 14:47기사원문
우리 사회를 뒤흔든 '버닝썬 사태'를 계기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2차 범죄에 대한 우려가 날로 확산되고 있다. 유명 클럽 등을 중심으로 마약류 거래 뿐만 아니라 이를 악용한 여성 대상 범죄도 만연하다는 게 드러난 만큼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찰이 사건의 본질인 유흥업소와 경찰관과의 유착 고리를 밝혀내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범죄를 묵인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여성계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마약에 비해 구속 3% 수준
20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이 '마약류 등 약물 이용 범죄' 집중단속을 지난 2월 25일부터 2개월간 실시한 결과 1차 범죄인 마약류사범만 1677명 검거, 566명을 구속시켰다. 그에 반해 2·3차 범죄인 약물 이용 의심 성범죄사범 및 불법촬영물 유포사범은 69명 검거, 19명 구속에 그쳤다. 성범죄사범의 검거와 구속 모두 약물범죄에 비해 3~4% 수준에 머문 것이다.
경찰은 또 대형 유흥업소 78개소에서 성매매사범 324명을 검거하고 4명을 구속, 불법영업수익금 1억500만원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구속된 범죄자 수만 보면 마약류 범죄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숫자다.
특히 경찰에 적발된 개별 범죄내용들을 보면 심각한 수준의 여성 대상 범죄 행위가 많았다.
A씨는 두통을 호소하는 여성 피해자에게 치료약이라고 속여 졸피뎀을 먹인 뒤 정신을 잃은 피해자를 성폭행했다. B씨는 정신을 잃은 전 애인 및 지인들의 나체 사진을 7회 불법 촬영해 음란 사이트에 116회 유포하기도 했다.
여성단체들은 이 같은 결과가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보고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효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 대표는 "이 사건을 꿰뚫는 핵심은 여성을 동원해서 착취하는 특정 산업이 경찰이 눈감아주면서 발전했다는 것"이라며 "일개 마약사범 1000명을 잡았다고 해서 자위할 만한 문제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유흥업-경찰유착이 핵심"
여성계는 지난 주 수사 결과 발표 이후 경찰유착 문제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경찰의 수사를 비난했다.
지난 17일 한사성을 비롯한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 전국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는 '경찰의 명운이 다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 152명이 매달려 3개월 넘게 진행한 수사에서 핵심적인 내용은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찰과 성산업 유착관계는 혐의가 없고, 클럽 버닝썬 핵심 인물들은 자유롭게 거리를 돌아다니게 됐다"며 "클럽들의 '강간' 판매방식, 강간 촬영물 공유 단톡방까지 다양한 사실들이 쏟아졌지만 이런 수사결과를 내보낸다는 것은 앞으로도 여성착취를 계속 방조하고 협조하겠다는 의미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지난 19일에는 여성 500여명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 모여 '강간 카르텔 유착수사 규탄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가장 공정해야 할 수사기관조차 범죄를 묵인하고 피해자를 방치했다"며 "버닝썬은 경찰만의 문제가 아니라 마약을 이용한 여성의 성 착취를 눈감아 준 남성 기득권 모두의 카르텔"이라고 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