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초저가 마케팅에도… 인천發 항공사만 웃었다

      2019.05.21 17:59   수정 : 2019.06.05 11:26기사원문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이 올해 1·4분기에 상반된 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350% 늘어난 영업이익을 기록한 에어서울은 비상장사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반면 에어부산은 영업이익이 68%나 급감했다.

이를 두고 지방발 노선 비중이 높은 항공사들의 '고전(苦戰)'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4분기에 에어서울은 영업이익을 350.1%나 늘렸다.
반면 계열사 에어부산은 68.2% 감소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에어서울은 4.4%에서 14.8%로 10.4%포인트 증가했지만 에어부산은 10.2%에서 3.1%로 7.1%포인트 떨어졌다.

이 같은 실적 배경으로 두 회사는 모두 '초저가 마케팅'을 꼽았다. 에어서울 관계자는 "공짜 항공권 행사를 포함한 다양한 초저가 마케팅으로 탑승률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에어서울은 올해 1·4분기에 국적 항공사 가운데 가장 높은 탑승률(91.2%)을 기록했다. 반면 에어부산 관계자는 "표를 팔아도 돈을 못 버는 구조가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상황에서 두 회사의 실적 희비(喜悲)가 갈린 이유는 지방발 노선 비중에 있다. 인천발 노선의 경우 탄탄한 수요층이 뒷받침하고 있지만 지방발 노선은 수요가 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지방발 노선에서는 각종 초특가 행사를 통해 경쟁사의 수요를 뺏어오는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연출되고 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다른 항공사의 경우 인천발 노선에서 수익을 거둔 수익을 지방발 노선에 투입한다. 하지만 에어부산은 지방발 노선 위주로 운영해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전했다. 에어부산은 현재 김해공항과 대구공항에서 각각 7대3의 비율로 국제노선을 띄우고 있다. 반면 에어서울은 모든 국제노선을 인천에서 띄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에어서울은 비교적 수익이 나지 않는 노선을 인천발로 운항했지만 에어부산은 고수익·인기 노선을 가지고 지방에서 운항했다"며 "지방 공항을 기반으로 한 항공사들이 얼마나 힘든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 에어부산은 에어서울에 비해 필리핀 세부, 베트남 하노이, 대만 타이베이 등 더 많은 인기 노선에 취항하고 있다. 또한 중국 장자제, 몽골 등 고수익 노선도 운영 중이다.

이는 에어부산이 인천 공항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를 잘 설명한다. 에어부산은 국내 LCC 중 인천발 노선을 운항하고 있지 않은 유일한 항공사다. 에어부산은 지난 3월 말 한태근 대표이사의 주도 아래 인천 진출 목표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 2일 국토교통부가 실시한 중국 운수권 배경에서 3개의 인천발 중국 노선 운수권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한편 향후 3년간 지방공항에 발이 묶인 신생 LCC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올해 새롭게 면허를 발급 받은 플라이양양,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는 지방 거점공항을 최소 3년 이상 유지해야 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를 어느정도 갖춘 항공사는 지방발 노선 비중이 높아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신생 항공사들은 지방발 노선만 가지고 운영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LCC업계 1위 제주항공의 경우 높은 지방발 노선 비중에도 불구하고 이번 1·4분기에 사상 최대의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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