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 '클린룸' 혈액암 사망위험 최대 3.7배

      2019.05.22 14:01   수정 : 2019.05.22 15:33기사원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활동가들이 농성장을 철거하고 있다. 2018.7.25/뉴스1


정부, '08년 이후 두 번째 20만명 역학조사
"혈액암 발생·사망 위험에 '작업환경' 영향" 추정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의 혈액암 발생과 사망위험이 전체 근로자 대비 각각 최대 2.52배, 3.68배에 달한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반도체 근로자의 암질환 위험성을 높인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는 반도체 공정 중 하나인 '클린룸' 안의 위험요인이 지목됐다.



22일 안전보건공단은 지난 10년간(2009년~2019년)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의 암 발생 및 사망 위험비를 추적조사한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2007년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 다수의 백혈병 발병이 보고되면서 2008년 반도체 제조업 사업장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한 이후, 관찰자료 부족 등 당시의 한계를 보완하고 추가 관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실시했다.


지난 역학조사 때와 달리 이번 추적조사에서는 보다 정확한 평가를 위해 일반국민뿐만 아니라 전체 근로자 대비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의 암 발생 및 사망 위험비도 비교했다.

조사대상은 반도체를 제조하는 6개사의 전·현직 20만1057명이다. 각 기업별로 Δ삼성전자10만1173명 ΔSK하이닉스 6만4115명 Δ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1만3887명 Δ페어차일드코리아반도체 4550명 Δ케이이씨 9586명 등이다.

역학조사 결과, 반도체 여성 근로자의 혈액암(백혈병·비호지킨림프종)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혈병의 경우 발생 위험은 일반국민 대비 1.19배, 전체 근로자 대비 1.55배로, 사망 위험은 일반국민 대비 1.71배, 전체 근로자 대비 2.3배로 나타났다.

비호지킨림프종 발생 위험은 일반국민 대비 1.71배, 전체 근로자 대비 1.92배, 사망 위험은 일반국민 대비 2.52배, 전체 근로자 대비 3.68배로 조사됐다.

일반국민 대비 백혈병 발생 위험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위험성이 도출됐다.

혈액암 이외에도 위암, 유방암, 신장암, 일부 희귀암도 발생 위험비가 높았다. 그러나 이는 반도체 근로자의 암 검진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조사팀은 이처럼 반도체 근로자의 혈액암 위험비가 높은 특정한 원인을 확인하지는 못했으나 근로자들이 처한 '작업환경'이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은 Δ클린룸 작업자인 오퍼레이터·엔지니어의 위험비가 높은 점 Δ특히 20~24세 여성 오퍼레이터에서 발생 위험비가 높은 점 Δ현재보다 수동작업이 많고 유해물질 노출수준이 높았던 2010년 이전 여성 입사자에서 발생 위험비가 높은 점 등을 고려한 결과다.

또 국내 반도체 제조업에 대한 다른 연구에서도 유사한 암의 증가 또는 여성의 생식기계 건강이상이 보고된 바, 조사팀은 구체적으로 "클린룸 내의 위험 요인이 관련되었을 가능성을 추정한다"고 규정했다.

또한 "그 밖에 현재 발암성이 알려지지 않은 요인 또는 아직 규명되지 않은 복합적 효과가 암발생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있다"며 "반도체 제조공정의 암발생 위험의 영향요인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역학조사 보고서는 반도체 제조업 사업장 근로자의 건강과 작업환경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반도체 제조업의 건강영향에 대한 추가 연구를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안전보건공단은 반도체 제조업 사업장에서 자율적인 안전·보건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니터링 하는 한편, 전자산업 안전·보건센터를 설립해 직무별 화학물질 노출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위험관리 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역학조사 보고서 전문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 홈페이지에 게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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