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독점법 위반 퀄컴..사업재조정 불가피

      2019.05.23 14:08   수정 : 2019.05.23 14:08기사원문
스마트폰용 반도체를 만드는 퀄컴이 반독점 소송에서 패하면서 업계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퀄컴은 이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과 재협상해 특허권료를 크게 낮춰야 하고, 퀄컴 칩만 사야 한다는 배타적 계약도 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반도체 매출보다 특허권료 수입이 훨씬 많은 퀄컴은 이날 패소로 회사 사업모델을 전면수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지난달 애플과 특허권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주가가 50% 가까이 폭등했던 퀄컴은 이날 패소로 모든 게 물거품이 되면서 주가가 10%넘게 폭락했다. 퀄컴은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스마트폰 반도체 시장 경쟁이 본격화하고,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생산비를 크게 낮출 수 있을 전망이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연방법원은 퀄컴이 휴대폰 시장에서 경쟁을 억압하는 불법을 저질렀고,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특허권료도 챙겼다고 판결했다. 새너제이 연방지방법원의 한국계 루시 고(한국명 고혜란) 판사는 21일 밤 공개한 판결문에서 소송을 제기한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손을 들어줬다.
미 경쟁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FTC는 2017년 1월 퀄컴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한 바 있다.

컬컴의 반독점 위반 판결은 지난달 16일 애플이 제기한 특허권 소송에서 합의를 통해 앞으로도 특허권료를 계속해서 받기로 하며 기세 등등했던 퀄컴에 심각한 충격을 안겨줬다. 고 판사는 퀄컴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합리하게 높은 로열티를 받았고, 경쟁업체들을 제거해왔다면서 이는 반독점법 위반이라고 결정했다. 또 특허권료를 금액으로 정하지 않고, 스마트폰 가격 대비 일정비율로 거두는 것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퀄컴은 애플, 삼성전자, 화웨이 테크놀러지스 등 자사 고객들의 덩치가 크고 강력해 우월적 지위를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고 판사는 퀄컴에 특허 라이선스에 관해 고객사들과 협상 또는 재협상을 통해 합의할 것을 명령했다. 특히 협상 과정에서 협상이 여의치 않으면 퀄컴 반도체를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이라고 고객사들에 협박하지 못하도록 못박았다.

이날 판결로 퀄컴의 특허권료 수입은 대폭 줄어들게 됐다. 지금은 스마트폰 한 대당 판매가의 5%, 최대 400달러를 애플 등으로부터 거둬들이고 있지만 이날 판결이 적용되면 모뎀칩 대당 15~20달러 수준으로 특허권료가 대폭 깎이게 된다. 고 판사는 5G 시장에서도 우월적 지위가 계속될 것이 예상되는 퀄컴에 앞으로 7년간 법원의 명령을 잘 이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관찰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하도록 했다.

이날 판결은 오랫동안 반도체 직접 판매 매출보다는 특허권료 수입이 더 많았던 퀄컴에는 직격탄이 됐다. 당장 특허권 수입이 대폭 깎이게 됐고, 퀄컴의 불법 특허권료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소비자들의 단체소송에도 직면하게 됐기 때문이다. 단체소송이 시작돼 패소하면 퀄컴은 수십억달러를 물어줘야 할 수도 있다. 5G 시장에서 퀄컴을 앞세워 중국을 견제하려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FTC 소송 건에 이례적으로 이달초 미 법무부가 개입해 5G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퀄컴의 피해가 제한적이 되도록 조정할 수 있게 의견 청취를 요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판결로 스마트폰 업체들과 퀄컴 경쟁사들은 날개를 달게 됐다.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된 것이다. 퀄컴은 FTC의 소장에 나와 있는 것과 같은 말도 안되는 비싼 특허권료와 퀄컴 반도체를 쓰지 않고 다른 회사 반도체를 써도 퀄컴에 특허권료는 계속해서 지불해야 하는, 따라서 경쟁업체 반도체 비용을 크게 높이는 관행을 더는 지속할 수 없게 됐다.
고 판사는 퀄컴의 특허권 관행이 경쟁사들을 시장에서 내쫓아왔다면서 미디어텍 같은 아직 시장에 남아 있는 경쟁사들은 크게 압박을 받아왔다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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