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끝에 일군 계단논..남해의 눈물 스며있네

      2019.05.23 16:23   수정 : 2019.05.23 16:23기사원문

남해의 별명은 일점선도(一點仙島)다, '한 점 신선의 섬'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경관이 아름답다는 말이다. 볼거리도 많고 먹거리가 넘쳐나서 보물섬이라고도 불린다.

남해도와 육지를 잇는 남해대교 옆으로 지난해 노량대교가 개통됐다. 남해대교보다 330m 길고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노량대교가 지나는 노량해협은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인 노량대첩이 벌어진 곳으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23전 23승' 승리를 상징해 V자 모양의 경사 주탑을 적용했다.

【 남해(경남)=조용철 기자】 이순신 장군의 전술인 학익진을 모티브로 학이 날개를 활짝 편 이미지를 주탑과 케이블에 적용하면서 바닷물에 주케이블이 비친 모습을 보면 마치 학익진 전투대형을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노량대교 옆에 있는 남해대교는 지난 1973년 개통된 이후 한때 동양 최대의 현수교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손꼽혔다. 그러나 노량대교가 개통되면서 이젠 '대교'라는 단어가 무색하다. 랜드마크 지위도 노량대교에게 물려줬다. 그래도 남해대교는 옛것이 주는 정겨움과 추억이 아련히 남아 있어 자꾸 눈길이 간다.



삼동면과 창선도를 잇는 창선교 주변인 지족해협에는 해안 곳곳으로 촘촘하게 부채 모양으로 박아 놓은 참나무 말뚝이 보인다. '죽방멸치'를 잡는 죽방렴이다. 예로부터 지족해협은 예로부터 물살이 세기로 유명했다. 이곳 멸치들이 탄력성에서 후한 점수를 받은 이유다. 죽방렴은 조선시대부터 조수간만의 차가 큰 해역에서 사용된 전통어업 방법이다. 대나무로 만든 둑이라는 의미의 '죽방(竹防)'은 대나무 어사리라고도 부른다. 물살이 세고 간만의 차가 크며 수심 얕은 갯벌에 참나무 말뚝을 V자로 박고 대나무로 그물을 엮어서 만든다. V자 끝 모서리 부분에 임통이 있는데 밀물 때에는 열리고 썰물 때는 닫힌다.

물고기들이 들어갈 때에는 자유롭게 들어가지만 나갈 방법은 없어 꼼짝없이 갇히게 된다. 죽방렴으로 멸치만 잡는 것은 아니다. 멸치와 갈치, 학꽁치, 도다리, 아귀 등 남해바다를 유영하는 다양한 물고기들이 잡힌다. 하지만 다른 생선보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멸치를 상처없이 잡아내기 어렵기 때문에 죽방멸치가 귀한 대접받는다. 그물로 잡는 멸치는 비늘이나 몸에 상처가 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멸치쌈밥이 유명하다. 멸치쌈밥은 통멸치에 고춧가루, 마늘, 시래기 등을 넣고 자작하게 끓여낸 멸치를 쌈에 싸서 쌈밥처럼 먹는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멸치는 부드럽고 고소하다. 멸치살에 칼칼한 양념이 더해지면서 반찬은 물론 안주로도 일품이다.



남해의 가장 깊은 곳으로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이 사랑하는 여행지는 바로 다랭이마을이다. 계단식 논의 일종인 다랭이 논이 쪽빛 남해 바다를 향해 층층이 이어진다. 다랭이마을은 바다를 끼고 있지만 배 한척 없는 마을로 유명하다. 마을이 해안절벽을 끼고 있기 때문이다. 방파제 뿐 아니라 선착장 하나도 만들 수 없다보니 마을주민들은 척박한 토지를 개간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한 층 한 층 석축을 쌓아 만든 다랭이 논은 그렇게 태어났다.

다랭이마을 체험은 남해인의 억척스러움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다랭이 논을 둘러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제 멋대로 들쭉날쭉 생긴 논들이지만 논 사이로 산책로가 마련돼 있다. 다랭이의 명물인 암수바위, 밥무덤, 구름다리, 몽돌해변 등을 돌아보는 데 1시간 남짓 걸린다. 가파른 비탈 사이로 지나는 골목길은 마치 미로가 떠오른다. 그 끝에는 남해의 잔잔한 바다가 펼쳐진다. 라벤더가 가득한 오솔길을 지나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정자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마을 한쪽 언덕 위에 마련된 전망대에선 다랭이마을의 전경이 펼쳐진다. 마을을 돌아보는 동안 마을주민들로부터 마을 유래에 얽힌 재미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남해 하면 다랭이마을과 함께 떠오르는 독일마을로 향했다. 남해군 삼동면에 자리한 독일마을은 1960~1970년대 독일로 떠난 광부와 간호사들이 은퇴한 뒤 돌아와 정착한 마을이다. 독일마을에 들어서면 이국적인 분위기에 감탄한다. 흰 벽과 붉은 기와지붕이 눈에 띄는 독일식 건물 40여채가 모이면서 한폭의 그림같은 전경이 펼쳐진다. 독일 교포들이 현지에서 가져온 건축자재를 이용해 전통적인 독일식 주택을 세웠다고 한다. 마을 너머로 푸른 남해바다가 넘실댄다. 마을을 걷다 보면 정성스럽게 꾸민 정원이 여행객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독일마을의 장점은 다양한 독일 문화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식 소시지와 맥주, 빵 등 독일 음식 맛보는 것도 독일마을을 찾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독일마을에서 멀리 남해가 보인다. 그 바다 앞 몽돌 밭에 숲이 눈에 들어온다. 촘촘하게 팽나무, 말채나무,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이팝나무 등을 심은 남해 물건리 방조어부림이다. 해일과 바닷바람을 막아 농작물과 마을을 보호하고 물고기 떼를 끌어 들이기 위한 어부림 기능과 함께 마을 사람들에겐 휴식처를 제공한다.



독일마을에서 남쪽으로 1km 남짓 가다보면 해오름예술촌과 만난다. 폐교를 개조해 예술 공간으로 꾸몄다. 국내·외에서 수집한 5만여점의 골동품과 예술 작품이 건물과 운동장 곳곳에 전시돼 있다. 해오름예술촌에서 나온 길은 바람흔적미술관으로 이어진다.
산속에 고즈넉이 들어앉은 미술관이다. 야외에 있는 커다란 바람개비가 남해 유일의 내산저수지와 어우러지면서 눈길을 끈다.
인근 나비생태공원에선 나비의 애벌레, 번데기 뿐 아니라 나비의 우화·산란과정 등 다양한 볼거리를 한 곳에서 체험할 수 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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