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의 눈물'… 세혜택 줄고 소형SUV에 밀려 7년새 반토막

      2019.05.23 17:34   수정 : 2019.05.24 09:15기사원문

경차시장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높은 가성비와 세컨드카로 인기를 끌었던 경차가 세제혜택 축소,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경쟁 열세 등으로 연간 판매 10만대 선도 위협받고 있다. 업체들의 파격적 프로모션도 경차 판매를 정상궤도로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이다.

업계에선 취득·등록세 면제 부활과 저소득층 구입 혜택 등으로 경차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차 판매 5년 연속 내리막길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기아차 모닝·레이, 한국GM 스파크 등 경차 내수판매는 3만5810대를 기록했다.
전년동기의 4만162대와 비교해 10.8% 줄어든 규모다. 현 추세라면 올해 경차 판매는 10만대도 장담하기 어려워 5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이 경우 정점을 찍은 2012년 20만2824대에 비해 반토막 수준으로 주저앉게 된다.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8.9% 감소한 12만5931대가 판매돼 2015년 이후 줄곧 하락세를 이어갔다. 모닝의 차급이 소형차에서 경차로 바뀐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다.

경차에 대한 관심이 식어가는 주된 요인으로 소형 SUV와 좁혀진 가격 격차가 꼽힌다. 경차 풀옵션 가격은 1500만~1600만원 선이다. 기본가격 1700만원 내외의 티볼리 등 소형 SUV와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다. 모닝의 경우 경차가 인기 절정에 이르렀던 2012년 당시 풀옵션 가격이 1300만원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300만원가량 올랐다.

소비자의 높아진 눈높이와 자동차의 상향 평준화 추세에 따라 다양한 편의·안전 사양을 기본으로 탑재해 상품성을 높여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가격에 100만~200만원을 더 얹으면 소형SUV를 선택할 수 있어 경차는 관심 밖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또한 올해 1월 1일부터 경차의 취득·등록세(4%) 면제가 사라진 것도 영향을 줬다. 50만원까지 공제가 되지만,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부담해야 한다. 소형 SUV와 가격경쟁, 세제혜택 축소로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출혈경쟁…시장 활성화 절실

업체들은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출혈경쟁에 나서고 있다. 기아차는 모닝에 대해 40만원 할인뿐 아니라 80만원 넘는 경차 전용카드 혜택 등 총 120만원 상당의 가격할인을 진행 중이다. 한국GM도 스파크의 몸값을 특별할인(30만원), 콤보할부 혜택(50만원) 등을 통해 170만원이나 낮췄다. 경차 판매 1대당 업체가 손에 쥐는 이익은 50만원 정도라는 게 통설이다. 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손해보는 구조다. 특히 한국GM의 경우 스파크는 전체 내수판매의 40%를 넘는 최대 볼륨 모델이다. 그만큼 출혈을 감당하더라도 당장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업계에서는 경차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개별소비세 인하에서 경차가 제외됐고, 올해에는 취득·등록세 면제 혜택도 폐지돼 수요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며 "세제혜택이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집중되고, 작은 차에서 큰 차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양한 계층의 수요 충족과 합리적 소비를 위해 경차에 대한 취득·등록세 면제 부활과 저소득층 구입 혜택 등 정부의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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