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해킹 이후 목숨 끊은 파견직...법원 “업무상 재해 아냐”
2019.05.26 08:59
수정 : 2019.05.26 08:59기사원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해킹 사건으로 우울증을 앓다 목숨을 끊은 파견직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업무로 인해 우울증이 발병한 것으로 보이지만 통념상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봤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장낙원 부장판사)는 한수원 파견직 근로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14년 한수원 해킹 사건이 발생했다.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해커가 원전운전도면 등을 외부로 유출했다. 당시 A씨는 컴퓨터 프로그램 유지관리 업무를 수행했다. A씨는 자신 때문에 해킹사건이 벌어졌다고 생각해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2015년 4월 해킹사고가 A씨 책임이 아닌 점이 밝혀져 우울증은 호전됐지만 2016년 회사 일부 직원을 경북 경주로 발령한다는 소식에 다시 불안감이 시작됐다. 결국 A씨는 2016년 4월 저수지에서 익사체로 발견됐다.
A씨의 유족들은 A씨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등을 청구했다.
공단은 부지급 결정 처분을 내렸다. 공단은 A씨의 개인적인 성향과 경주 이전에 본인이 동의한 점을 근거로 들어 업무와 사망 간 인관관계가 없다고 결정했다.
A씨의 유족들은 “A씨가 해킹사건으로 우울증이 발병해 호전됐다. 이후 경주발령으로 업무적 부담을 지게 돼 우울증이 재발해 자살에 이르렀다. A씨 자살은 업무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의 업무상 스트레스가 자살로 이어질 만큼 크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A씨가 해킹사건 책임으로 지목돼 수사를 받은 적도 없고, 한수원이 A씨 책임을 추궁한 적도 없다는 점이 판단 근거가 됐다. A씨를 배려해 가벼운 업무를 맡기고 일주일 병가를 부여한 사정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A씨의 우울증 발병에 해킹사건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면서도 “A씨의 완벽주의적 성향, 지나친 책임의식 개인적 소인을 고려해도 해킹사건이 사회평균 입장에서 도저히 감수 할 수 없을 정도 업무상 스트레스를 A씨에게 주어 우울증을 발병케 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경주 지방발령 역시 A씨가 갖는 업무상 부담감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지방발령으로 심적 부담감을 느낀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지방발령은 약 7개월 전에 결정됐다. 지방발령이 A씨에게 견디기 어려울 부담을 주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