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구주 가격 너무 비싸"… 인수후보 잇달아 손사래
2019.05.24 17:42
수정 : 2019.05.24 17:42기사원문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 찾기가 매각방식에 대한 시각차로 난기류에 빠져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후보로 꼽혔던 기업들이 모두 손사래를 치면서 아시아나항공 매각 시나리오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채권단은 '구주매각 및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란 매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인수후보들 사이에 구주에 제값을 줄 수 없다는 일종의 공감대 형성이 감지되고 있다.
■매각방식 시각차 뚜렷
24일 업계에 따르면 박근희 CJ 부회장은 전날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15개 중견그룹 전문경영인(CEO) 정책간담회 참석 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이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100% 없다"고 답했다. CJ뿐 아니다. 앞서 유력 후보로 꼽히던 SK, 한화, 롯데그룹 역시 모두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기존 매각 방식에 대한 뚜렷한 시각차 때문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채권단이 밝힌 매각 방식은 구주매각 및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다. 아시아나항공 주요주주는 금호산업(33.47%)과 금호석유화학(11.98%)이다. 구주엔 통상 20~30%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다.
아울러 3조6000억원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 부채를 일부 상환하기 위한 신주발행도 함께 진행된다. 현재로선 어느 정도 규모의 신주를 발행할지 예단하기 어렵다. 인수자로선 최대주주 지분 인수만으로도 경영권을 얻을 수 있어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 시나리오대로 진행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앞서 채권단이 제시한 매각 가이드라인은 구주 가치를 높게 평가받아 많은 매각 자금을 챙길 수 있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원하는 방식"이라며 "하지만 최근 인수후보들이 잇따라 불참 의사를 밝히는 건 구주가치에 대한 이견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인식은 인수후보뿐 아니라 채권단 역시 공감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그는 "부실경영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게 만든 장본인에게 수천억원의 현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명분이 될 것"이라며 "금호산업 지분 매입 없이 합법적 테두리에서 얼마든지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호석화 전략적 제휴 변수
기존 매각 방법 대신 언급되는 시나리오는 2대주주 금호석유화학와 손을 잡는 방법이다.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지분가치 극대화를 위해서라면 향후 인수후보와 손잡을 수 있다고 밝힌 만큼, 금호석화를 우호지분으로 확보한 후 신주발행을 늘려 금호산업 지분율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우리의 기본 방침은 아시아나 지분 가치 극대화"라며 "인수에 나서는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인수자의 우호지분 역할할 의사는 있다"고 말했다. 금호석화가 인수에 나선 이의 '백기사' 역할을 해주는 대신 경영이 정상화 된 이후 시장가 혹은 그 이상의 가치로 금호석화의 아시아나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다만 현재까지 이 방식을 금호석화 측에 타진해 온 인수후보는 없다. 한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연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완료한다는 방침하에 매각 주간사로 크레딧스위스(CS)증권을 선정, 현재 실사에 돌입한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선 이르면 7월 말 또는 8월 중 입찰공고를 내고 인수의향서를 접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