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게임 개발자도 뿔났다..공동성명서 배포

      2019.05.28 17:50   수정 : 2019.05.28 20:06기사원문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 등재를 놓고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게임 개발자 등 관련 산업 종사자들도 들고 일어났다.

28일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한국인디게임협회,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 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SG길드, 스마트폰게임개발자그룹은 판교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서 질병코드 부여 확정 및 보건복지부의 국내 도입 반대 공동 성명서 발표 기자 회견을 가졌다.



정석희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회장은 "건국대학교 정의준 교수가 5년간 연구 관찰한 결과 게임 과몰입군에 지속적으로 머물렀던 사례는 1.5%에 불과하고 대부분 별도의 치료 없이 자연스럽게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왔다"라며 "과몰입 요소는 학업 스트레스 등 사회적 요인에 기인해서 과몰입 하게 된 것으로 결론 지었다"라고 지적했다.

최훈 한국인디게임협회 회장은 "게임은 어딜가나 쉽게 접하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관련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질병코드가 등재되면 길거리에서 만드는 음유시인에서 질병을 만드는 창작자로 전락하게 돼 개발이 위축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배수찬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 지회장은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참여를 위해 사내 내부 투표를 해보니 '포괄임금제 폐지'보다 찬성률이 높았다"라며 "자신의 처우보다 게임에 대한 사회적인 차별이 더 심각하다고 받아들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튜브에서 지식백과 채널을 운영 중인 김성회 씨는 "프로게이머가 게임중독인가라는 질문에는 아니라고 하는데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하루에 12시간씩 게임을 하는 것은 게임 중독이라고 할 수 있나"라며 "그만큼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향후 게임제작자 대표그룹은 게임 제작자 대변하기 위한 올바른 목소리 내고 향후 대국민 인식개선 및 국민 참여 운동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음은 (사)한국게임개발자협회 공동성명서 전문.

우리 게임 제작자들은 게임을 치명적인 중독 물질로 규정한 WHO의 게임질병 코드 부여 결과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보건복지부의 국내 도입을 적극 반대한다.

국내 게임 산업이 태동한 후 지난 30여년간 우리 게임 제작자들은 '게임은 아이들이나 하는 놀이'라고 치부해왔던 척박한 환경에서도 새로운 문화 산업의 신 개척자라는 사명감과 문화 콘텐츠 수출 분야에서도 1등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게임을 개발 및 제작해왔으며, 그 결과 지금의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게임 제작 기술 보유 국가의 반열에 올라서게 되었다.

우리는 몇 해 전 게임을 마약, 술, 도박과 함께 4대 중독으로 포함시키고 그 가치를 폄하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막아내며 굳건히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의 지위를 지켜왔으나, 게임을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치명적인 중독 물질로 치부하는 작금의 상황에서는 더 이상은 침묵할 수 없기에 아래와 같이 선언을 발표하여 게임의 가치를 지켜 내고자 한다.

선언
하나. 게임은 대중과 함께 숨쉬는 콘텐츠이다.

게임은 전체 국민의 70%가 이용하고 있는 건전한 국민 대중 문화이자 국민 놀이 문화이다. 국민 다수가 즐기는 게임과 게임을 행할 자유를 명확하지 않은 기준으로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된다.

하나. 게임은 창의적인 콘텐츠이다.

게임은 사용자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만나는 문제에 대한 해결 과정을 통해 창의력이 배양되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콘텐츠이다.

하나. 게임은 자기 주도적 학습이 가능한 콘텐츠이다.

사용자는 플레이 중 주도적 학습의 과정을 스스로 터득하고, 학습 과정을 통해 재미를 느끼게 되며, 새로운 학습 체계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적극적으로 배양할 수 있는 콘텐츠이다.

하나. 게임은 예술적 가치를 포함하는 콘텐츠이다.

게임은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가지고 사실적, 초사실적, 은유적, 낭만적 표현의 자유가 극대화된 예술적 가치를 포함한다. 소프트웨어 공학이라는 기술적 기반 위해 문학, 미술, 음악이 가진 예술적 가치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융복합 콘텐츠이다.

우리 게임 제작자들은 게임 중독이라는 용어조차 사회적 합의가 없었음을 지적하며, 언론 및 방송에서 게임 중독 대신 '게임 과몰입'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

지금의 아이들이 원하는 세상의 놀이터는 어른들이 뛰어 놀았던 운동장과 놀이기구가 있는 놀이터 만이 아니며, 무한의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게임이라는 가상의 세계가 이미 아이들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발전하면, 살아가는 환경과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인식도 함께 변화해야 한다.

다만 극히 일부의 사람들이 게임에 지나치게 과몰입되어 있다면, 그것은 게임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과몰입할 수 밖에 없었던 환경, 그래서 사회적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환경의 문제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 있으면 안 되는 나쁜 게임이 아닌, 있어서는 안 되는 나쁜 환경을 해결하는데 노력을 다해야 한다.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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