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분쟁에 기업도 가계도 위축… 투자 끌어올리기 '발등의 불'

      2019.05.29 17:34   수정 : 2019.05.29 17:34기사원문


살아나던 경제심리가 다시 위축되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촉발된 불안감이 경제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경제는 심리다'라는 말처럼 심리악화는 내수를 중심으로 실질적 경기부진으로 연결될 수 있다.

경제심리 반등을 위해서는 침체된 기업의 설비투자를 이끌어내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설비투자 회복으로 고용이 늘어난다.
고용은 다시 가계의 소득 확대로 이어지는 만큼 설비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이 심리개선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위축된 경제심리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경제심리지수(ESI)는 91.6으로 전달 대비 3.7포인트 하락했다. ESI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를 포함한 민간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지표다.

올 들어 ESI는 개선세였다. 지난 1월 89.3에서 반등을 시작해서 지난 4월에는 95.3까지 올라갔다. 올해 경기전망이 '상저하고'였던 만큼 시간이 갈수록 경기가 살아난다는 기대감에서다. 이와 관련, 한은 관계자는 "계절적 요인, 불규칙 변동을 제거한 ESI 순환변동치를 보면 지난 4월에 거의 저점 수준이라고 봤었다"며 "(ESI가) 이달 큰 폭 하락했고, (흐름도) 다시 하락세로 보인다"고 전했다.

경제심리 위축은 미·중 무역분쟁 격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무역분쟁이 수출전망을 악화시키고 주가도 떨어뜨리다보니 기업, 소비자 모두의 심리악화로 이어지게 됐다. 소비심리도 주가하락에 따른 투자손실과 환율 오름세(원화약세)에 의한 물가상승 등으로 가계의 실질수입이 감소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영향을 받았다. 이처럼 심리가 악화되면 경제주체인 기업과 가계의 소비가 위축되고, 이는 실질적으로 경기 하방압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투자 촉진 지원해야

현실적으로 기업과 소비자의 심리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돼야 한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구조적 특성상 대외여건이 개선돼야 심리도 살아난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단시간에 해소되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갈수록 격화양상을 보이는 미·중 무역분쟁은 6월 말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는 시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이 타결된다면 심리는 다시 반등할 수 있다. 반대의 경우 경제지표가 더욱 악화되고 심리는 더 위축될 수도 있다. 대외변수는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국내에서 정책적으로 경제심리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금리인하 등 통화정책을 추가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올 1·4분기 설비투자가 10% 이상 감소하는 등 수출기업의 투자가 부진한 상황임에도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에는 관련 예산 편성이 부족하다"며 "(심리회복을 위해서는) 재정지출을 늘려서 경기부양을 확실하게 하고, 통화정책도 완화적으로 전환해야 된다.
최근 줄어든 가계부채 증가율 등을 고려하면 0.25%포인트 정도 금리인하 여력은 있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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