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2달만에 의회 해산...오는 9월 다시 총선

      2019.05.30 15:48   수정 : 2019.05.30 18:04기사원문
지난 4월에 총선을 치렀던 이스라엘이 여당의 연정 구성 실패로 인해 약 2개월 만에 의회를 해산하고 다시 선거를 치르게 됐다. 5선에 성공했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의회에서 면책권을 얻어내지 못해 검찰의 부패 혐의 기소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며 향후 권력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스라엘 크세네트(의회)는 30일(현지시간) 오전 0시 이후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에서 제출한 의회 해산안을 표결에 부쳤다.

해당 안건은 전체 120석 가운데 찬성 75표, 반대 45표로 통과됐다. 이스라엘 법률은 선거 전에 3개월의 선거운동 기간을 명시하고 있고 현지 정당들은 휴가철인 8월을 포함해 유세를 벌여야 한다.
새 총선 날짜는 오는 9월 17일이 될 전망이다.

재선거의 가장 큰 원인은 보수세력의 분열이었다. 리쿠드당은 지난 4월 9일 총선에서 35석을 얻었으며 정치 전문가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다른 보수 유대교 정당들과 연합할 경우 65석까지 확보할 수 있어 쉽게 과반(61석)을 얻는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여기에 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전 국방장관이 제동을 걸었다. 우파 정당인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을 이끌고 4월 총선에서 5석을 얻은 리에베르만 전 장관은 정부구성 기한 마감인 29일 자정까지 리쿠드당과 협력하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의회 해산 직후 "나는 불필요한 선거를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리에베르만 전 장관이 좌파로 돌아섰고 정부를 무너뜨리길 원한다고 비난했다.

과거 네타냐후 총리 밑에서 일했던 리에베르만 전 장관이 옛 상사와 결별한 이유는 크게 2가지로 추정된다. 일단 표면적인 갈등은 극단 유대교 신자들인 '하레디'의 병역 문제다. 하레디는 구약성서 시대의 삶을 추종하는 근본주의 유대교 신자들로 현재 이스라엘의 세속정부와 병역 모두를 거부하고 있다. 징병제를 운영하는 이스라엘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각각 3년과 2년씩 의무 복무를 마쳐야 하나 근본주의 유대학교(예시바)에 다니는 하레디들은 지속적인 유대교 지식 탐구라는 명목으로 병역을 면제받고 있다. 이러한 불공평한 병역 문제는 이스라엘의 해묵은 논란거리이며 리쿠드당 같은 보수세력에서도 이를 문제삼아 하레디 징집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리에베르만 전 장관은 하레디 공동체와 싸울 수 없다며 리쿠드당과 연정을 거부했다.

또한 AP는 리에베르만 전 장관의 결정이 반(反) 네타냐후 세력의 로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미 2016년부터 비리와 언론조작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고 검찰은 지난 3월에 총리를 기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는 10월에 청문회를 앞둔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연정에서 자신의 면책권을 얻어낼 계획이었으나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다. AP는 네타냐후 총리 반대파가 이러한 정황을 고려해 리에베르만 전 장관을 연정 협의에서 떼어 놓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스라엘이 2개월 만에 또 총선을 치르면서 친이스라엘 성향의 중동 계획을 추진하려던 미국 정부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사위이자 대통령 보좌관을 맡고 있는 제러드 쿠슈너는 다음달 25일 바레인에서 열리는 국제회의를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평화 정착을 위한 경제 구상을 발표할 계획이다.
쿠슈너는 우선 의회 해산 당일 네타냐후 총리와 회동해 향후 중동 전망을 논의하기로 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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