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때문이겠지.." 빈혈 남성 설득해 대장내시경해보니..
2019.06.01 06:00
수정 : 2019.06.01 10:28기사원문
■ 박한주 유성선병원 국제검진센터 부장
(대전ㆍ충남=뉴스1) 송애진 기자 = 2016년도 봄 수검자 한 명이 대변 잠혈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 꼬박꼬박 대변 검사를 받아 한 번도 양성 소견이 없었던 사람이라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라고 한 뒤 소화기내과 진료도 예약해줬다.
1년 뒤 그 수검자를 다시 만났다.
이번에도 "대변에서 피가 나왔고 빈혈까지 생겼으니 꼭 대장내시경을 해야 한다. 종양이 있을 수도 있다"고 신신당부하며 소화기내과 예약을 해줬다. 왠지 마음이 찜찜해 핸드폰 달력에 2개월 뒤 날짜에 'A 환자 대장내시경 여부 확인'이라고 남긴 뒤 알람도 맞췄다.
두달 뒤 그가 진료를 받고 갔는지 확인했더니 역시 병원에 오지 않았다. 수검자에게 전화해 "다른 병원에서라도 대장내시경을 했냐"고 물으니 "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같은 부서 동료도 대변 잠혈 반응에서 양성이 나오고 빈혈이 있었는데 치질 때문이었다"며 "본인도 치질 때문에 그러겠거니"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동료는 3~5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사람이었고, 이 수검자는 55세가 되도록 대장내시경을 전혀 시행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간호사에게 얘기해 겨우 설득해서 대장내시경을 시행했더니 결과는 대장암 3기였다.
대장은 소화기관에 속하며 소장과 항문 사이에 있는 장기다. 전체 길이는 평균 약 1.5m 정도고 우측에서부터 맹장, 상행결장, 횡행결장, 하행결장, S자결장, 직장으로 나눠 분류된다.
주로 대장암은 대장의 상피세포에서부터 암세포가 생기면서 시작되는데 암이 발생하는 위치에 따라 결장에 생기는 암을 결장암, 직장에 생기는 암을 직장암이라고 한다.
대장암의 발생 원인으로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있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과다한 동물성 지방 섭취 및 육류 소비(특히 붉은 고기) 등이며, 비만도 대장암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다. 건강검진에서 시행하는 대변 잠혈 검사는 대변에 포함돼 있는 극소량의 출혈도 확인할 수 있어 대장암 존재 가능성을 알려준다.
물론 검사 당시 출혈을 일으키지 않는 대장암의 경우에는 이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양성이 나온다면 대장 어딘가에 출혈이 있다는 의미다.
또한 빈혈도 가임기 여성의 빈혈은 생리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 흔하지만 가임기 여성이 아닌 사람이나 남성의 빈혈은 위장관 출혈에 의한 빈혈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중년 남성이 빈혈이 발생하거나,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을 시행하지 않는 사람이 잠혈 반응에서 양성이 나온다면 대장내시경을 하는 것이 좋다.
대장암은 점막 내에 국한되어 있는 경우에는 내시경으로 절제할 수 있다. 종양의 침윤이 점막 하층에 국한돼 있으며 주변 림프절과 원격 전이가 없는 1기 상태의 종양도 수술적 치료를 하면 5년 생존율이 대략 90% 이상으로 높으므로 대장내시경을 통해 조기에 대장암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