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째 0%대 물가에 마이너스 성장… 디플레 전조증상?

      2019.06.02 17:37   수정 : 2019.06.02 17:37기사원문


최근 우리 경제의 디플레이션(경기침체+물가 하락) 진입 여부를 두고 전문가 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4분기(1~3월)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가운데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개월 연속 0%대를 지속하면서다. 당장 본격적인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소비, 투자 등 수요 측면의 물가하락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경계를 늦출 수 없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부터 4개월째 0%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3%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4·4분기(-3.3%) 이후 41분기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디플레이션에 대해 2년 이상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보일 때로 정의하고 있다. 디플레이션 진단의 가장 중요한 잣대는 물가다. 저물가가 지속되면 기업의 임금상승률이 하락하는 동시에 가계의 소비여력이 떨어지고, 투자가 감소하는 등 경제가 후퇴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다만 IMF 기준으로 보면 아직 국내 경제의 디플레이션 진입 언급은 시기상조인 셈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소비자들이 많이 접하는 농산물 등 일부 품목 가격은 오히려 가파르게 상승하는 등 최근 저물가는 국지적 현상에 불과하다"며 "현재 상황을 디플레이션이라 정의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정의상 디플레이션이 당장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최근 상황은 디플레이션보다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정하지 않나 싶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디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도 여전하다. 먼저 경기 침체로 소비와 투자 등이 위축되는 등 저물가 요인으로 공급보다 수요 측 요인이 커지고 있다. 지난 1·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0.1%로 3년 만에 가장 낮았고, 설비투자는 10.8% 급감하며 외환위기 이후 21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디플레이션 상황으로 이야기할 순 없지만 경기가 깊숙한 수축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한다"며 "하반기에도 저성장 국면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중 무역분쟁 등 예측하기 어려운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점도 물가를 끌어내리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자칫 저물가 고착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해 경기부진으로 0%대 저물가가 지속되고 있는 '준디플레이션' 상황으로 진단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현재 경기상황만 본다면 사실상의 디플레이션으로 봐도 이상하지 않다"면서 "사실상의 디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체감물가 상승으로 인한 가계의 구매력 악화로 인해 국민들이 느끼는 물가수준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현재로선 하반기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볼 만한 근거가 충분치 않다"며 "불황형 디플레이션으로 보기는 이른 감이 있지만 현재 추세가 실제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그런 흐름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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