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까지 왔는데 금당팔경 안보면 섭하지라

      2019.06.06 18:05   수정 : 2019.06.06 18:05기사원문


【 고흥(전남)=조용철 기자】 전남 고흥은 보통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고 불린다. 그만큼 산과 바다가 어우러지면서 빼어난 자연 환경을 자랑한다는 표현이다. 그동안 고흥은 우주발사대가 들어선 외나로도, 한센인의 아픔을 간직한 소록도 정도만 알려졌었다.

하지만 연홍도를 미술섬으로 가꾸고 이른바 '쑥섬'으로 불리는 애도를 이야기가 가득한 정원으로 가꾸는 등 관광객 유치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특히 산행을 즐기는 등산객들에겐 팔영산도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일반 여행객의 입장에선 큰 맘 먹고 오르지 않으면 여덟 봉우리를 완주하기 쉽지 않다.
반면 마복산은 비교적 힘들이지 않고도 오를 수 있다. 마복산에 오르면 다도해국립공원의 풍경이 장관이다. 최근에는 비록 완도군에 속해 있지만 금당도 팔경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고흥 관광유람선이 마련돼 여행객들을 맞는다.




■마복산에 올라 기암절경 감상

하늘에서 보면 '말이 엎드려 있는 형상'을 갖추고 있는 마복산. 조선 중기 전국 각 군현에서 편찬한 읍지를 모아 엮은 여지도서에는 마북산으로 표기돼 있었지만 일제강점기에 마복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해발 535m로 그다지 높지 않지만 해창만에 접한 등산로 입구에서 정상을 거쳐 돌아오려면 족히 4~5시간은 걸린다. 일반적으로 중턱부터 시작하는 내륙의 산들과는 달리 바닷가 산은 해발 고도 0m 즈음에서 535m를 고스란히 걸어서 올라야 한다. 하지만 옛길을 차량을 이용해 오를 수도 있다. 북측 산기슭의 마복사까지 가는 임도가 나 있기 때문이다. 이 길은 마복산의 남측과 북측 마을을 이어주는 옛길과 연결돼 있다. 마복산 북측 골짜기에 터를 잡고 있는 차동리 내산마을이 임도의 시작이다. 이곳에서 차량으로 약 4km 가량 구불구불 나있는 산길을 오르면 해발 300m 부근에 해재(고갯마루)에 이른다. 기암괴석이 한눈에 펼쳐진다. 해재 정상에 닿으면 갑자기 시야가 트이면서 다도해의 풍경이 펼쳐진다. 외나로도와 내나로도로 둘러싸인 내해의 크고 작은 섬들이다. 마침 비가 내리면서 장쾌한 파란 바다는 펼쳐지진 않았지만 다도해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오른편 활공장으로 연결되는 도로를 따라가다보면 시야는 더욱 넓어진다. 왼쪽 내나로도에서 오른편 거금도까지 부챗살처럼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면 소룡도, 대룡도, 수락도, 지죽도, 시산도 등 다도해의 여러 섬들이 펼쳐진다.



마복산 자체를 바라봐도 능선과 골짜기마다 말 근육처럼 힘이 넘치고 매끈한 바위가 여행객들을 맞이 한다. 마복산은 앞산 전체가 군상들로 이뤄진 기암괴석군으로 마치 백만 대군이 성을 지키며 진을 치고 있는 듯한 형국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수만개의 기기묘묘한 크고 작은 바위형상들은 자연이 만들어낸 경이로운 예술성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산중턱 한가운데에는 이른바 '쇠바위'로 불리는 왕바위를 비롯해 좌우로는 신선대, 장군석, 성곽바위, 5층탑바위, 수문장바위 등이 위치해 있어 신비감을 더해준다. 정상에선 아름다운 다도해와 일출, 일몰 등을 감상하기 좋다. 마복사 뒤편 언덕에 오르면 바다 대신 드넓은 해창만 들판이 펼쳐진다. 들판에는 바둑판 논두렁을 따라 초록이 오르고 있다. 지난 1969년 완공된 해창만 간척지는 고흥 최대의 평야다.



■다도해의 풍광과 '미르마루길'

미루마루길은 영남면 일대 앞바다의 다도해를 바라보며 걷는 해안산책로를 일컫는 길이다. 우주발사전망대가 있는 곳에서부터 해안절벽으로 난 길을 따라 사자바위, 몽돌해안길, 용굴(미르전망대)을 거쳐 용암마을의 용바위가 있는 곳까지 약 4km, 편도 1시간 정도 되는 해안 탐방로 구간이 만들어져 있다. 전망대 바로 아래쪽 사자바위 부근 바닷가에는 다랭이논이 조성돼 있으며 해마다 4월초가 되면 다랭이논을 따라 피어난 노란 유채꽃의 장관을 볼 수 있다. 미르는 '용', 마루는 '하늘'(우주)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미르마루길의 가장 큰 장점은 웅장한 해안 절벽을 한 눈에 담으며 걸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고흥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우주발사전망대가 출발점이다. 곳곳에 스카이워크 전망대와 용 조형물 등도 세워 뒀다. 특히 종착지점인 용암마을 언덕에서 보는 해안 풍경이 빼어나다. 용암마을은 고흥 8경 중 6경인 영남 용바위가 있는 장소로 둥근 갓처럼 생긴 용바위의 자태가 일품이다.



용바위와 사자바위에는 옛부터 전해지는 전설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용추에 살고 있는 두 마리 용이 여의주를 얻기 위해 먼저 승천하려고 싸움을 했다. 이 무렵에 어릴 때부터 활쏘기 재주가 신통한 류시인이란 사람의 꿈에 백발 노인이 나타나 두 마리 용이 승천하기 위해 싸울 때 한 마리의 용을 활로 쏴죽이지 않으면 마을에 큰 불운이 닥친다고 말했다. 꿈에서 깨어난 류시인은 마을을 구하기 위해 두 마리의 용이 싸움을 할 때 한 마리의 용을 향해 화살을 쐈다. 류시인의 도움으로 싸움에서 이긴 한 마리의 용은 용바위를 발받침 삼아 승천했다. 이 때 승리한 용의 승천한 흔적이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남아있다고 한다.



한편 류시인 때문에 승천하지 못한 용은 화를 참지 못하고 자신을 향해 활을 쏜 류시인을 공격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 그러나 싸움에서 이기고 승천한 용이 자신을 도와준 류시인의 용맹함에 감동해 몽돌해변 앞에 수호바위를 만들었는데 이 바위가 마치 사자의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사자바위라고 부른다. 마을사람들은 큰 일을 치르기 전에 반드시 이곳에 들러 안전과 풍요를 기원했다고 하며 이 곳 사자 이빨을 만지며 소원을 빌면 액운을 막아주고 소원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완도항에서 가장 동북쪽에 위치한 섬인 금당도는 금당팔경으로 유명하다. 완도군에 속해 있지만 고흥 금진항에서 출항하는 유람선을 이용하는 것이 보다 편리하다. 금당도의 면적은 15.5㎢, 해안선의 길이는 28.2㎞이다. 4개의 유인도와 14개의 무인도로 이뤄진 금당면의 면 소재지가 있는 섬이다.
지난 1980년까지는 완도군 금일면에 속했지만 금일면이 읍으로 승격됨에 따라 금당면으로 분리·승격됐다. 금당도엔 이렇다 할 만한 해수욕장은 없지만 억겁의 세월 동안 파도에 씻기고 해풍에 깎인 해안절벽이 장관을 이룬다.
특히 육동리 해안의 '부채바위'라고 불리는 주상절리 해안절벽은 여느 섬에서는 볼 수 없는 절경이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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