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갑질’ 표현은 경멸적 감정 표시 아냐..모욕죄 안돼“
2019.06.09 08:59
수정 : 2019.06.09 08:59기사원문
특정인을 겨냥해 ‘갑질’이란 표현이 들어간 전단지를 배포하는 행위가 특정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것은 맞지만 이를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어떠한 표현이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 아니라면 설령 표현이 다소 무례한 방법으로 표시됐더라도 모욕죄로 볼 수는 없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의 상고심에서 3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대구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대구의 한 건물 1층을 임차해 미용실을 운영 중인 박씨는 이주비를 받고 이사를 가는 문제로 건물주 A씨와 다툼이 생기자 2017년 8월 '건물주 갑질에 화난 미용실 원장'이란 내용이 담긴 미용실 홍보 전단지 500장을 제작했다. 박씨는 이어 이 전단지 100장을 지역 주민들에게 배포하고 15장을 2017년 11월부터 두 달 간 미용실 정문에 부착했다. 검찰은 박씨의 이런 행위가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1심은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갑질이라는 표현이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는 하나 문구 자체로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시한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피고인의 전단지 배포행위는 피해자에 대한 모욕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도 보기 어렵다”며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이 사용한 표현이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다소 무례한 방법으로 표시되기는 했지만 객관적으로 건물주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