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꿈꾸던 승무원… "5년만에 이뤘네요"
2019.06.10 18:55
수정 : 2019.06.10 18:55기사원문
항공기를 조종하는 기장은 싸워야 할 대상이 많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기상 악화, 난기류, 버드 스트라이크는 물론 비상 환자라도 발생할 경우 그 긴장과 공포는 오롯이 기장의 몫이다. 그래서일까. 비행기 조종사는 남성의 전유물로 치부됐다.
아담한 체구의 여성이 어떻게 비행기 조종사가 될 생각을 했을까. 안 부기장은 비행에 대한 꿈을 꾸게 된 이유를 "공항엔 여행을 떠나는 이들의 설렘이 얼굴에 드러난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나까지 즐거워졌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는 지난 2009년 싱가포르항공 계열 항공사의 승무원이 되면서 처음 하늘에 발을 디뎠다. 항공사 승무원은 예나 지금이나 취업을 앞둔 여성들이 선호하는 직업이다. 그럼에도 그는 1년 만에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조종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안 부기장은 "승무원으로 일하던 중 여성 기장님과 비행을 가게 된 적이 있어요. 안전에 대해 정비사, 운항관리사와 당당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그 분을 보면서 새로운 꿈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주변의 반대가 거셌다. 부모님은 물론 외할머니까지 나서 그의 선택에 손사래를 쳤다. 안 부기장은 "기장 남자친구를 만드는 편이 더 빠르겠다는 친구들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실제 조종사가 되는 과정은 만만찮았다. 민항기 조종사 대다수는 공군 출신이나 대학 항공운항과 출신이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은 있다. 비행 훈련원을 찾았다. 그는 울진 비행 훈련원에서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첫 비행에 나섰을 때의 짜릿함을 아직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격증만 취득한다고 끝이 아니다. 비행 조종 경력 시간(이스타항공 기준 250시간 이상)을 쌓아야 한다. 비용이 만만찮다. 안 부기장은 "비행시간 650시간을 채우려 비행교관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종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한 후 꼬박 5년의 시간이 걸렸다. 2015년 8월엔 이스타항공 부기장이 됐다.
얼마나 뿌듯했을까. 안 부기장은 "조종사가 되겠다고 나섰을 때 만류했던 부모님을 승객으로 모시고 비행에 나섰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며 "어머니는 제가 하는 기내 방송을 녹음을 하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시 태어나도 조종사가 되고 싶다는 그의 향후 항로가 궁금했다. "당장은 기장이 되는 훈련을 무사히 마치고 싶다"는 그는 "무엇보다 좋아하는 비행을 정년인 65세까지 무탈하게 마치고 착륙하고 싶다"며 미소지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