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 헌혈행렬에 헬기 사격…빗방울처럼 총탄 튀어"(종합)

      2019.06.10 20:17   수정 : 2019.06.11 05:45기사원문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전두환씨(88)에 대한 세번째 공판기일이 열린 10일 오전 광주법원 앞에서 정수만 전 5·18민주유공자 유족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하기 앞서 증거자료로 준비한 당시 1항공여단 상황일지 등을 내보이고 있다. 2019.6.10/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전두환씨(88)에 대한 세번째 공판기일이 열린 10일 오전 광주법원 앞에서 정수만 전 5·18민주유공자 유족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하기 앞서 증거자료로 준비한 당시 1항공여단 상황일지 등을 내보이고 있다. 2019.6.10/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전두환씨(88)에 대한 세번째 공판기일이 열린 10일 오전 광주법원에서 정주교 변호사가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2019.6.10/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전씨 측 "어째서 헌혈을 병원 외부서 하나" 증인들 "그 정도로 긴박했다"

(광주=뉴스1) 전원 기자,허단비 기자 = 전두환씨(88)의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재판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증언들이 이어졌다.

전씨 측 변호인은 증언들에 대한 신빙성을 반박하는 질문을 던지는 등 치열한 법정공방이 펼쳐졌다.


10일 광주지법 형사8단독 장동혁 판사의 심리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씨에 대한 세번째 공판기일이 열렸다.

전씨는 이날 공판기일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5월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증인 6명에 대한 신문이 진행됐다.

이들은 1980년 5월 당시 광주에서 헬기사격 등을 목격한 시민이다.

◇"헌혈하는 시민들에게 헬기사격"

첫번째 증인으로 나선 정수만(73) 전 5·18유족회장은 1980년 5월21일 오후 12시30분부터 1시30분까지 전남도청 앞에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정 전 회장은 "당시 동명동 집을 가기위해 서석초등학교 쪽으로 걸어가는데 총소리가 났다. '땅땅땅, 땅땅땅' 소리가 났고 머리 위에서 헬기가 돌고 있어 나무 밑으로 뛰어 들어가 숨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이후 헬기가 사라진 후 집으로 간 기억이 확실하다"며 "당시 도청 앞 집단발포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을 때 도청 뒤로 넘어갔고, 군인들이 전혀 없는 곳이었는데 총을 맞고 쓰러진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대의 생명은 명령이다. 명령이 떨어졌는데 안 할 순 없다. 헬기 기총소사, 사격이 분명히 있었다"고 강조했다.

정 전 회장은 이날 제1항공여단 상황일지, 전투병과 교육사령부 보급지원현황 자료, 계엄군의 진술 기록 등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두번째 증인으로 나선 최윤춘씨(55)는 당시 간호보조원양성소에서 광주기독병원으로 두 달간 실습을 나갔을 때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최씨는 "응급실 한쪽에 서있는데 문에서 보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헬기가 날아가면서 기독병원 정문에서 응급실쪽으로 줄 서 있는 헌혈하는 사람들 후미에서 헬리콥터에서 '다다다다' 총소리가 났다"며 "운동장 바닥에 탄환이 튀는 것을 봤다. 맑은 날이라 마른 땅에 총알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고 비처럼 쏟아지는 것을 봤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세번째 증인으로 나선 홍성국씨(57)는 당시 조선대학교 부속고등학교 3학년으로 광주기독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친누나와 자취를 하고 있어 도청 앞 시위에 매일 나갔다고 증언했다.

홍씨는 "총소리와 헬기가는 방향에서 '두두두두' 소리가 났다. 당시에는 학생 신분이라 확신할 수 없었지만 입대를 하고 M60 사수가 된 후 당시 들었던 소리가 헬기사격 소리였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며 "당시 헬기 뒷부분이 약간 들린 상태로 광주천 방향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또 당시 기독병원 간호사였던 누나의 말과 자신이 목격했던 것들을 토대로 "5월21일 오후부터 부상자가 급격히 늘어 병원으로 실려왔다. 또 광주기독병원에서 헌혈을 하고 돌아가던 학생이 양림로 다리 근방에서 헬기에서 쏜 총에 맞아 다시 기독병원으로 왔다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다섯번째 증인 신혁씨(61)는 5월20일 보충역 소집해제를 한 다음날이자 광주 세무서와 당시 MBC문화방송 건물이 불에 탄 다음날, 점심을 먹고 난 후 시내상황과 화재 등이 궁금해 집 옥상으로 올라갔을 때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며 날짜와 시간을 구체적으로 기억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신씨는 "옥상에 올라갔을 당시 갑자기 헬기에서 '다다다다'연발음이 났고 그 소리가 공포스러울 정도로 컸다. 당시 집이 서석동 사무소 뒤였는데 저에게 달려온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기겁하고 물탱크 뒤로 몸을 숨겼고 이후 집안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증인들 모두 "헬리콥터 소리와 헬기사격 소리를 혼동한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헬리콥더와 헬기사격 소리는 완전히 달라 구분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헬기 몸체 중 어느 부분에서 총탄이 발사됐는지 묻는 질문에는 대부분 헬기 사격 소리를 듣고 놀라 숨거나 엎드려 정확히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전씨측, 반박 위해 날짜와 시간 집중 심문
전씨 변호인은 증인들의 헬기사격 목격 증언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질문 하는 과정에서 증인들과 법정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두번째 증인으로 나선 최윤춘씨에게 당시 광주기독병원 응급실 병상은 몇개였는지, 이름을 기억하는 의료진은 누가 있는지, 종합병원이라는 기독병원이 어째서 외부에서 헌혈을 했는지, 응급실에서 헬기사격을 목격한 사람이 혼자뿐인지 등을 물었다.

이에 최씨는 병원 밖에서 헌혈을 한 것에 대해서는 "그 정도로 긴박했다. 내가 죽어도 좋다는 마음으로 헌혈을 한 사람들"이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당시 날짜와 시간을 정확히 기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루 두끼만 먹고 언제 먹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하고 피 흘리는 환자들을 실어나르고 바닥의 피를 닦았다"고 말했다.

변호인의 다른 세밀한 질문에도 기억을 더듬어 말하던 최씨는 "두 달간 실습을 나가 잔심부름을 하던 학생 신분인 내게 의료진 이름과 병원 구조 등을 물으면 어떡하나. 분명히 헬기사격이 있었다. 바닥에 탄환이 튀기는 것도 분명히 봤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또 네번째 증인으로 나선 최운용씨와 다섯번째 증인 신혁씨에게는 고 조비오 신부와 헬기사격 목격담을 대화로 나눈 사실을 집중 질문했다.

최씨에게는 "조 신부에게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했는데 조비오 신부가 다른 곳에서 최씨의 이름을 거론하며 목격자가 또 있다고 말하지 않은 것은 무엇이냐"고 묻자 최씨는 "그 분의 판단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신씨에게는" 고 조비오 신부와 헬기사격 목격 시간이 다른 것에 대해 신부님이 틀렸다고 말한적이 있느냐"고 묻자 "당시 조 신부님은 저보다 연배가 많았고 제 기억에는 시간이 다르다고 말한 기억은 있다. 당시 5·18 압박감 등으로 신부님이 착각했다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증인들 심문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전씨측 변호인은 자신의 경험과 목격담을 증언하는 증인들에게 당시 상황을 증명할 '증거'가 있는지, 5·18 이외에 헬기사격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는지를 묻기도 했다.

이날 재판은 오전 10시30분에 시작해 오후 5시20분쯤 마무리됐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8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진행되며 또 다른 헬기사격 목격 증인 4명의 심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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