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의 반전, 중국에 연인과 제2의 가족 있다
2019.06.12 08:50
수정 : 2019.06.12 14:01기사원문
WSJ "美 CIA에 정보 제공한 건 돈 벌기 위해"
"父사망후 돈 끊겨…장성택 사망후 정보 정확성 떨어져"
(서울=뉴스1) 김윤경 기자 =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암살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미 중앙정보국(CIA)뿐 아니라 한국 국가정보원과도 접촉했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위험에 처할 경우 가족을 보호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김정남은 또 중국에 연인과 제2의 가족을 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WSJ이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보도한데 따르면 김정남은 CIA는 물론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여러나라 정보 당국과 접촉해 왔다. 전직 미 관료들은 김정남이 이렇게 몇몇 나라 정보 당국과 접촉했으며, 특히 한국과의 관계에 있어 정통한 한 소식통은 김정남이 자신이 북한 정권에 접촉할 수 있는 권한을 이용해 중국과 일본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으며 이는 수입을 얻고 자신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전했다.
북핵 6자회담 남북한 수석대표를 맡았고 2010~2013년 중국과 마카오에 오래 거주했던 천영우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김정남이 지난 2011년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권력을 쥔 이후 암살을 당할 뻔 했다가 살아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정남은 이 암살미수 사건 이후 동생 김 위원장에게 살려달라고 호소했으며 중국은 북한에게 자국 영토에서 김정남을 상대로 공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WSJ은 전했다.
김정남은 그러나 결국 2017년 2월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맹독성 신경작용제 VX에 노출돼 사망하게 된다. 북한은 배후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한국과 미국 정보 당국은 북한이 이 암살에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남이 살해된 이후 그의 가족들은 천리마 민방위로 알려진 북한 반체제 인사들에 의해 마카오에서 신속하게 대피했으나 현재 위치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 정보 당국과 김정남의 만남에 대해 정통한 한 관계자는 WSJ에 김정남이 김정은 정권에 대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는 걸 감추려는 시도로 보이는 조치도 취했다고 전했다. 예를들어 김정남은 여러가지 정보를 제공했지만 대화 상대에게 이 가운데 한 가지는 거짓이라고 말해 한국 정보 당국에선 다른 정보원을 찾아야만 하도록 했고 이를 통해 자신의 관여 사실을 흐리려 했다.
김 위원장과 CIA가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건 일본 언론이나 워싱턴포스트(WP) 기자 애나 파이필드가 쓴 책 '마지막 계승자'(The Great Successor)에도 언급돼 있다.
WSJ은 김정남의 정보 제공은 전반적인 정확성이나 유용성에 있어선 불명확한데 이는 2013년 고모부 장성택이 처형되면서 북한 정권 고위층과의 유일한 연결고리가 끊겼기 때문이라고 봤다.
천 전 수석은 WSJ에 "장성택이 김정남을 도와 석탄 등의 물품을 거래하고 컴퓨터 등의 물품을 중국에서 북한으로 수출했다"면서 그러나 김정남의 사업과 거래는 북한의 돈벌이 사업을 위한 기업과는 상관이 없었다고 밝혔다. 또 김정남은 북 정권이 돌아가는 것에 대한 통찰력을 갖지 못할 것 같은, 북한에 있어 '따돌림을 당하는 인물'(outcast)이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김정남이 외국에 정보를 제공한 것은 돈이 들어오기 때문이었다는 것. 김정남은 연인뿐 아니라 베이징에 제2의 가족을 두고 있었으며 디자이너 브랜드 옷과 고급 와인, 여행 등을 즐겼고 도박 습관도 있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마카오에 있는 김정남의 친구 이동섭씨는 김정남이 정기적으로 이 지역 카지노에서 도박을 했다고 밝혔다.
권영해 전 안기부장은 WSJ에 "김정남, 그리고 정부(mistress)인 북한 여배우는 부친(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약간의 재정적인 지원을 받기도 했지만 2011년 사망한 이후 끝이 났다"고 밝혔다. 또한 마카오 암살 미수 사건 이후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김정남은 돈도 요구했었다고 천 전 수석은 전했다.
또 일본 언론과 빈번하게 통화하며 정보를 주면 돈을 받아낼 수 있으며 특히 단독 인터뷰의 경우 일본 언론이 기꺼이 돈을 지불할 것을 김정남은 알고 있었다고 한다. WSJ은 그것은 위험한 전략이었지만 김정남은 정치적으로 보호해야 할 정치적 야심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고도 전했다.
천 전 수석은 "그(김정남)는 삶을 즐길 수 있기에 충분한 돈을 벌기 위해 그랬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1일 백악관에서 이와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과 관련된 CIA에 대한 정보를 봤다"며 "그런 일은 내 정권에선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 발언에서 어떤 것이 없을 것인지에 대해선 분명히 설명하지 않았다. 백악관 측은 이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해달라는 기자들의 요구에 더 이상 말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