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한진重 수빅조선소 561억 보증 손실

      2019.06.12 16:02   수정 : 2019.06.12 22:4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경식 기자]
한진중공업의 해외 현지 법인인 필리핀 수빅조선소에 대한 현지 법원의 기업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산업은행이 수빅조선소에 발급한 '선수금환급보증(RG)'이 561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산은의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에 대한 RG 발급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최근까지 총 1조5570억원의 보증이 발급됐고, 특히 2016년 이후 조선업 부실 및 한진중공업 재무구조 악화가 심화됐을 때도 지속적으로 보증이 발급됐다. 결국 산은이 RG를 발급한 선박 4척(보증액 1090억원)과 관련해 561억원의 보증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RG는 조선사가 파산 등의 사유로 선박을 인도하지 못할 경우 선주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갚아주기로 약정한 보증서를 말한다. 만약 조선사의 선박 건조가 중단돼 계약이 파기되면, 발주처로부터 선수금환급요청(RG콜)이 들어오게 된다.
수빅조선소의 경우 현재 필리핀 현지 법원에서 채무불이행에 해당되는 기업회생절차가 진행 중이며, 산은이 손실 부담을 안게 된 상황이다.

산은의 보증 손실은 사전에 예측가능한 것이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6년부터 조선업황은 본격적으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국내업체들의 총 수주량은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감소(2013년 533척→2016년 74척)했고, 조선업 일자리 수도 이 시기 30% 가까이 급감했다. 조선업황과 더불어 한진중공업의 재무구조(연결기준)도 악화일로를 걸었다. 지난 2015년 51.6%였던 한진중공업의 차입금의존도는 2016년부터 급증해 현재 60%를 넘었고, 332.2%였던 한진중공업의 부채비율도 2016년부터 급격히 늘어나 현재 -486%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에 있는 수빅조선소는 그동안 건조 지연에 자주 시달리고 운영 비용도 많이 발생해 적자폭이 확대되기도 했다.


업계에선 산은이 정부의 정책기조에 온전히 부응하지 못하고,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에 대해 무리하게 RG를 발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부터 정부는 위기에 처한 조선업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방안들을 내놨고, 여기엔 국내 중소 조선사에 대한 RG 프로그램 규모 및 RG 발급 대상 선박을 확대하는 것 등이 담겼다"며 "여러 방안들을 통해 국내의 조선업 일자리를 지키고 경쟁력을 제고하자는 것이 궁극적인 정책 목표였는데, 경영 상황 및 전망이 매우 안 좋은 애먼 필리핀 조선소에 계속 보증을 섰다가 손실이 난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은은 수출입은행과 함께 한진중공업의 최대주주인 한진중공업홀딩스 사옥(서울 삼성동 정석빌딩)을 기초로 담보를 잡아 향후 자금 회수는 어느정도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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